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2월13일 시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장애인ㆍ어르신ㆍ청년 명예부시장 3명을, 7월에는 전통상인ㆍ중소상인ㆍ외국인ㆍ여성 명예부시장 4명 등 모두 7명을 시민 추천과 심사ㆍ선정 작업을 거쳐 임명했다.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 철학에 따라 도입된 명예부시장은 시민의 생생한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1년의 임기 동안 시장과 함께하는 매월 정기회의에 참석하고 수시로 시장과 e메일ㆍ전화를 통해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시작은 거창했지만 실제 추진 과정은 허술했다. 각각 청년ㆍ중소상인 명예부시장으로 있던 김영경ㆍ인태연씨는 지난해 10월 대통령 선거운동에 나서며 사퇴했다. 김씨와 인씨의 잔여 임기는 각각 4개월, 9개월이나 됐지만 따로 후임을 뽑지 않아 두 자리는 아직까지 비어 있다.
시장과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명예부시장들이 매월 모이기로 한 정기회의도 흐지부지됐다. 한 명예부시장은 "지금까지 정기회의는 단 세 차례만 참석했다"며 "그나마 시에 요청해 왜 정기모임이 없느냐고 물은 뒤에야 성사됐다"고 말했다.
명예부시장들은 주요 시 행사에 초청됐기 때문에 시장에게 직접 의견을 말할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정례회의가 열리지 않다 보니 시민 대표로 뽑힌 명예부시장으로서의 특색이 사라졌다. 이들의 의견이 여느 민원이나 제안과 다르지 않아 제도 도입의 본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또 명예부시장 활동 내용을 시 홈페이지 시장실 코너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1년 내내 홈페이지에는 명예부시장들의 이름만 올라와 있을 뿐 활동 내용은 없다.
지난 12일로 임기가 종료된 어르신ㆍ장애인 명예부시장에 대한 후임 선발작업도 시기를 놓쳤다. 시는 뒤늦게 업무의 연속성을 이유로 연임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2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명예부시장직을 사회적 합의 없이 시가 연임을 결정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명예부시장은 "기획은 훌륭했지만 첫 도입이다 보니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것 같다"며 "다만 시장도 자주 보고 각 부서나 정책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달 안에 공석인 청년ㆍ중소상인 명예부시장과 다른 분야를 추가해 새로 모집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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