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담이 19일 이틀째로 접어든 가운데 북한과 미국 양측은 이날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회담 소식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회담 분위기를 “날씨가 조금 나아진 것 아닌가 한다”는 말로 부드러워진 회담장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북한의 표정이 상당히 진지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날 기조발언에서 ‘핵군축회담’ ‘경수로 제공’ 등 ‘최대치 요구’를 제시하며 회담 분위기를 어둡게 했던 북한에 자세 변화 조짐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완전한 파국의 기운에서는 벗어난 셈이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등 각국의 양자회동 요청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등 북의 속내를 파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첫 논의에 들어간 방코델타아시아(BDA) 등 대북 금융제재 실무그룹 논의가 앞으로 남은 6자회담의 전망을 가늠할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BDA ’ 등 대북 금융제재 실무그룹 가동=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 등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할 북측 대표단은 이날 베이징에 도착, 미 재무부 대표단과 협의에 들어갔다. 전체회의 일정을 제외한 양자회동에 일절 응하지 않으며 ‘지연전술’을 쓰고 있는 북한은 이날 금융문제 논의 결과에 따라 ‘초기단계 이행조치’와 ‘상응조치’ 등 협상에 적극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베이징 회동에서 6자회담 복귀를 결정한 것도 ‘금융제재 해결 논의’라는 제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지연전술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BDA 회의 결과가 이번 회담의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중, 4~5개 워킹그룹 구성 제안=회담 이틀째를 맞이하면서 논의의 형식도 좀더 구체화되고 있다.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이날 오전 열린 6자회담 참가국 수석대표 회담에서 9ㆍ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사안별로 4~6개 워킹그룹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사안별 워킹그룹은 ▦한반도 비핵화 ▦북미 관계정상화 ▦경제ㆍ에너지 지원 ▦지역안전보장 체체 확립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간 ‘BDA 워킹그룹’은 6자회담과 별도의 트랙에서 진행되지만 북한의 협상태도를 볼 때 사실상 연계될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아직 워킹그룹 구성에 동의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그것이 워킹그룹 구성을 반대한다는 뜻으로만 볼 수 없다”고 전했다. BDA 문제에 주력하려는 북한은 중국의 워킹그룹 구성 제안에 대해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별 워킹그룹이 구성될 경우 수석 대표간 전체회의 형식으로 주로 진행되던 6자회담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회의가 진행되는 형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워킹그룹별 책임자 구성과 회의 운영 등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이며 회담장소도 베이징뿐 아니라 다른 나라 도시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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