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도 원자력발전도 모두 경주의 소중한 자원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우리 전통 문화와 원자력 기술을 함께 널리 알리겠습니다." 윤재황(52)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방재환경부장은 회사 안팎에서 '걸어다니는 문화재 교과서'로 통한다. 천년고도 경주에 산재한 문화재에 대한 지식이 깊은데다 20여년간 경주 방문객들에게 문화재 해설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82년부터 24년간 월성원자력에서 근무한 윤 부장은 평일에는 원전 주변지역 해안 관련 민원과 환경업무를 총괄하는 '원전맨'이지만 휴일이면 경주의 산과 들을 다니며 조상들의 찬란한 문화유적을 만나고 그에 얽힌 유래 및 사연을 공부하며 방문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구미가 고향인 그는 경주의 신라문화와 문화재에 매료되면서 각종 문헌과 자료집을 구해 탐독하고 국립경주박물관 박물관회에서 주관하는 박물관대학을 수료하기도 했다. "민족문화의 정수가 담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책 표지가 너덜너덜 해질 정도로 많이 읽었지만 지금도 질리지 않습니다. 조상들의 소중한 지혜를 혼자 알기 아까워 20여년 전부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문화재 해설을 시작했죠." 윤 부장은 문화재 해설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회의나 긴장된 자리에서 유머를 활용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곤 한다. 최근 경주 지역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건설부지로 결정된 후 월성원전을 찾는 방문객이 부쩍 늘어나면서 윤 부장의 인기도 같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윤 부장의 문화재 해설을 들어본 사람들이 입소문을 퍼뜨려 원전 방문객들은 반드시 그를 만나 해설을 듣기 원하기 때문이다. 퇴직 후에도 경주를 찾는 학생들에게 무료 문화재 안내를 계속할 계획이라는 윤 부장. 그에게는 문화재 못잖게 20여년을 함께 해온 월성원전과 원자력발전도 소중한 존재이다. 이럴 때도 윤 부장은 업무에 지장이 없을 경우 감은사지 삼층석탑과 문무대왕 수중릉 등으로 안내한 다음 성심껏 해설을 하고 있다. 경주시내 웬만한 문화재의 족보와 이력을 줄줄이 꾀는 건 기본. 비록 아마추어이지만 웬만한 문화해설사 못잖은 실력을 뽐낸다.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40%를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동해안 지역에 앞으로 방폐장이 건립되면 동해안 일대가 에너지 클러스터로 변모해 경북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윤 부장은 "다음 세대에게 우리 문화와 원자력기술을 바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