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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김정은의 北' 상황별 시나리오 재점검

급변사태 대비책 재점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포스트 김정일 시대’ 준비를 위한 것이라게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정부는 외교안보라인을 중심으로 이른바 ‘김정은의 북한’에 대비한 상황별 시나리오 재점검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정부는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맞아 단계적 평화 통일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북한 내 급변사태 발생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에 대비한 한미의 ‘작전계획(작계) 5029’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해 한미 양국이 북한 급변사태 대비책으로 마련한 작계 5029에는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유출 ▦불안한 권력승계 ▦내부 쿠데타 ▦대규모 탈북사태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작전계획이 세워져 있다.

결국 상대적으로 예측이 가능했던 ‘김정일의 북한’에 비해 베일에 가려져 있는 ‘김정은의 북한’을 두고 정부는 김 위원장 방중을 계기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전략이 담긴 페이퍼를 뒤적이고 있는 셈이다.

해외 연구기관들도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미국내 보수진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지난 4월에 발간한 ‘북한의 권력이양 시 미국에 미치는 의미’라는 보고서도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한 시나리오가 담겨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미 국방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중국의 군사ㆍ안보력 평가’ 연례보고서는 중국 지도자들이 한반도의 혼란(disruptions on the Korean Peninsula)으로 역내 안보 역학이 바뀔 경우 중국이 군사적 전개나 배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교적 최근에 북한 상황을 예측한 미 정부와 유력기관의 이 같은 전망을 정부가 예사롭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을 ‘성지순례’ 성격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정부가 김 위원장의 권력승계 작업을 주목하면서, 이른바 ‘포스트 김정일’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역사적으로 큰 결단을 할 때에는 국립 현충원이나 아산 현충사를 찾지 않느냐”며 “그런 차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 내부에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권력승계 문제 아니겠나”고 말한 뒤 ‘중국의 승인을 받기 위함이라기 보다 성지순례 성격이 강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북한 국내용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질문의 취지에 사실상 동감을 표했다. 방중 일행이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다녔던 지린시 위원중학교와 베이산(北山) 공원 방문을 염두에 둔 것.

결국 정부는 김 위원장이 ‘역사적 큰 결단(권력 승계)’에 앞서 성지로 여겨지고 있는 곳을 찾았다고 분석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는 김 위원장의 결단이 멀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9월 상순에 있을 예정인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김일성이 정규교육을 받았던 학교를 둘러본 것을 감안할 때 이번 방중은 ‘김정은 후계 이양’의 정당성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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