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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맨오브 라만차'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주어진 길 걸으리라

류정한·조승우 1인2역 완벽 연기

국내공연 10주년에도 감동 여전


건장한 기사들이 백발의 노인을 둘러싼다. 거울 방패에 갇힌 노인은 사방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괴로워하다 이내 정신을 잃는다. 모두가 미쳤다고 손가락질해도 '나는 용맹한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라고 굳게 믿던 알론조. 적나라한 현실(거울)을 마주하는 순간 생동하던 그의 꿈은 멈춰 선다. 꿈을 거세당한 인간에게 남은 것은 이룰 수 없는 꿈, 이길 수 없는 싸움, 딸 수 없는 별뿐이다. 돈키호테는 그러나 끝내 일어나 외친다. 이룰 수 없는 그 꿈과 이상을 향해 주어진 길을 걷자고.

매력의 사나이 망상가 돈키호테가 돌아왔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7번의 시즌을 이어오며 스토리나 무대·음악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극장은 이번에도 만석이다. 10년이 또 지나도 녹록치 않은 현실. 그 속에서 희망을 위로 삼아 살아내야 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맨 오브 라만차는 교회에 세금을 부과해 신성 모독죄로 감옥에 갇힌 작가 세르반테스가 종교재판을 기다리며 죄수들과 그가 쓴 소설을 공연하는 극 중 극 형식의 뮤지컬이다. 실제로 세금 징수원 생활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의 삶을 그의 풍자소설 '돈키호테'와 엮어 만든 브로드웨이 작품이다.



'꿈을 꾸자'는 뻔한 메시지를 웃음과 눈물로 다양하게 요리하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류정한과 조승우는 작가 세르반테스와 그가 전개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 돈키호테(알론조) 1인 2역을 맡아 때론 진지한 때론 익살스러운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돈키호테의 시종 '산초'로 라만차에 처음 합류한 김호영도 특유의 잔망스러움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대표곡 '이룰 수 없는 꿈'이 선사하는 감동은 이 작품의 백미다.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중략)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걸으리라.'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그리고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이 한 곡에 오롯이 녹아 있다. '그대 꿈꾸고 있는가.' 연극을 끝낸 세르반테스는 재판을 받으러 나서며 "신이여 도우소서. 우리 모두 라만차의 기사입니다"라고 읊조린다. 이 마지막 인사에 가슴 한 칸이 먹먹해진다. 감옥의 죄수도, 객석의 관객도. 11월 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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