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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동네 빵집에서 찾아야 할 지혜


최근 들어 동네 영세자영업을 운영하는 분들을 만날 경우 "000 때문에 장사 못해먹겠다"는 볼멘소리를 쉽게 듣게 된다. 불평의 이유야 각양각색이지만 생존에 대한 걱정과 불안 아래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절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동네 빵집들은 골목상권까지 들어오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무분별한 점포확장과 불공정한 행위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동반성장위원회에 '서비스업 적합업종'지정을 요구했다. 최근 제과업종이 적합업종에 선정됐지만 대한제과협회와 대형 프랜차이즈 간의 치열한 다툼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과도한 규제로 산업 전반의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피해가 본사가 아닌 자영업자인 가맹점주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상황은 빵집 운영자들을 대표하는 제과협회와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의 싸움에서 같은 골목상권을 기반으로 하는 개인빵집과 가맹빵집 간의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자영업자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골목상권을 두고 생겨나고 있는 가맹점과 독립 자영업자들 간의 갈등은 제과제빵뿐 아니라 음식점ㆍ슈퍼마켓ㆍ커피전문점ㆍ카센터 등 서비스 전부분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흥미롭게 싸움을 지켜보기보다는 갈등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지혜를 모을 때이다.

지금의 갈등은 골목상권을 둘러싸고 누가 시장을 차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냐의 문제로 비춰지나 근본적으로는 일부 프랜차이즈의 무분별한 확장과 잘못된 상관행에 의한 것이다.

브랜드력과 자본력을 앞세운 가맹본부는 브랜드의 조기확산과 수익 극대화를 위해 무리한 점포확장을 추진해왔다. 소위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한 자영업자들에게 프랜차이즈로의 전환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가맹비나 인테리어비가 부담돼 거절한 자영업자들에게 집요하게 전환을 강요하고 이를 거절하면 인근에 프랜차이즈를 오픈하거나 건물주에게 임대료 상승 가능성을 거론하며 임대계약을 해지토록 유도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심지어 많은 지분을 본사가 투자해 위탁 관리하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위장형 가맹사업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의 피해는 독립 자영업자들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가맹점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도한 점포확장으로 동일 프랜차이즈 가맹점 간 상권이 보장되지 못했고 이는 이윤감소로 이어졌다. 프랜차이즈는 사세를 확장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했는지 몰라도 결국 동일 상권 내 가맹점과 독립 자영업자 간 출혈경쟁을 조장하고 말았다.

서비스업 적합업종제도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지나친 확장, 동일 업종 간 과당경쟁, 불공정한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장치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부도덕한 상행위 근절로 가맹점 및 독립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적합업종제도가 운영된다면 서비스 적합업종 지정은 기업의 성장을 막아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가 아닌 건전한 골목상권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이해관계자의 노력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적합업종 지정을 계기로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은 자영업자들과의 협력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맹점과 독립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상권을 지켜나가면서 더 큰 상권을 형성할 수 있도록 경쟁과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독립 자영업자들은 제품에 대한 신뢰도 및 서비스, 제품의 다양성 그리고 맛과 매장의 청결도 등에서 프랜차이즈의 소비자 만족도가 더 높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구적 노력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이번 동반위의 발표가 대기업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가맹점ㆍ자영업자 간 협력과 경쟁을 통해 공진화(co-evolution)함으로써 건전한 산업환경 조성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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