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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한령에 맞선 한국의 글로벌 문화강국 비전은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말로만 “개혁, 개방” 中…폐쇄정책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워

시진핑 체제로 글로벌 문화시장 밖으로 외면 계속될 수도

오히려 경쟁자 줄어든 상황서 차분히 우리 실력 키워나가야

지난 8월 27일 ‘경주 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 관련 내용이 APEC 메인 누리집에 게재돼 있다. APEC누리집 갈무리




우리나라에서 절대 믿을 수 없는 말이 세가지 있었다는 데 물론 과거 한때 그랬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는 듯하다. 만약 잘못 언급하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당하는 것은 물론 민, 형사상의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수도 있다. 논란이 말은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 △노인이 ‘빨리 죽어야지’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 등이다.

이웃 나라 중국에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 있다는데 “중국공산당이 ‘개혁’과 ‘개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믿을 수 없었고, 아쉽게도 지금 믿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중국공산당이 50년 가까이 개혁개방을 해왔다는 데 대상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진척이 돼 있는지 모르겠다는 국내외 의견이 다수다. 그럴듯한 말로 상대를 현혹하는 프레임공세에 다름아니다.

중국은 한국과의 문화교류를 제한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 한국문화 제한령)을 지난 2016년 발동했다. 내정간섭적인 사드보복을 빙자해서다. 이에 따라 10년째 한국문화가 중국에서 활동을 크게 제한받고 있다. 최근 중국인 멤버가 포함된 K팝 걸그룹 ‘케플러’가 중국의 한 지방도시(푸저우)에서 공연을 예고했다가 취소당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26~28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열린 ‘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문화장관 회의)’에서는 중국의 무(無)활동이 주목받았다. 이 행사는 오는 10월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의 부대행사이기도 하다. 중국은 내년도 ‘APEC 정상회담’ 개최국인데 그러면 앞선 해의 행사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관회의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처럼 장관(문부과학성 대신)급도 아니고 달랑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 참사관’이 참석했다고 한다.

중국이 오늘도 입버릇처럼 내세우고 있는 ‘개혁개방’을 기대하며 한한령이 언제 해제될 것인지 한국 문화계의 관심이지만 실제 아직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오는 10월 APEC 정상회담에 시진핑이 참석할 경우 ‘선물’처럼 제시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글쎄요’다.(중국이 공식적으로 한한령 발동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 권위주의 정부가 그렇듯이 위에서 한국문화 교류 중지를 시키면 아래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한한령’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오는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천안문광장)에서 열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8월 31일 창안대로에서 공안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AFP연합뉴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측 한한령의 문제는 한중 관계보다는 오히려 중국 내부의 문제다. 시진핑은 2012년 집권 이후 그나마 앞선 정치·경제· 문화 등의 개혁과 개방 분위기를 오히려 거꾸로 돌려왔다. 중국공산당은 마오쩌둥 사망 직후인 1978년 개혁개방을 당의 공식 방침으로 천명했지만 이는 경제와 사회에 한정된 것이고 공산당의 일당독재는 계속 유지됐고 때로는 오히려 강화됐다. 개혁개방은 중국공산당이 살기 위해서는 ‘문화대혁명 시대는 끝장내고 인민이 잘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발동됐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 국외에서 생각한 방식의 정치와 문화의 개혁과 개방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중국은 어쨌든 해외 자본과 중국 국민들의 노력으로 잘 살게 됐지만 이것이 ‘자유민주주의’로 연결되는 것은 극도로 피했다. 예를 들면 “선전은 ‘경제특구’지 ‘정치특구’가 아니다” 말은 유명한 중국공산당측 언급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사회의 통제는 강화됐다. 경제성장이 부패를 늘리고 해외 문화가 중공 통치를 이완시킨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주의와 애국주의라는 이름으로 결국공산당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시진핑 집권 이후 한중 문화교류도 뜸해지는 상황이었는데 2016년 사드의 한국배치 결정은 좋은 핑곗거리가 됐던 모양이다. 필자가 현지에 있을 때도 중국 학자들과 논쟁을 자주했는데 이들은 중국공산당의 발표만 그대로 읊을 뿐 “사드 철거 주장은, 중국이 그토록 싫어하는 ‘내정간섭’ 아니냐”, “중국 내에는 한국에 위협적인 더 핵무기가 무수히 많은데 그것부터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대부분 반박하지 못했다.



지난 8월 30일자로, 경주에서 열린 한중 수교 33주년 행사에서 ‘경주 APEC’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중국 관영 인민일보 인터넷 보도다. 다만 중국측 매체에서 ‘경주 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 소식은 찾기 힘들다. 인민망갈무리


지금도 여전히 개혁과 개방을 하겠다는 중국공산당은 2023년 이른바 ‘시진핑 문화사상’이라는 것까지 만들었다. 중국공산당은 당시 “선전, 이념, 문화 시스템이 당의 혁신적 이론으로 당 전체를 무장시키고 인민을 교육하는 주요 정치적 임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상은 앞서 등장했던 경제, 외교, 군사, 환경, 법률에 더해 6번째 ‘분야별 시진핑 사상’이다.

특별한 ‘사상’이라고 해서 읽어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어쨌든 중국공산당은 그렇다고 한다. ‘한한령’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즉 중국의 ‘한한령’이 한국과의 관계가 아니라 중국 내부 모순에서 나온다고 해석되는 이유다.

한편으로 중국공산당이 한국문화 유입을 꺼리는 것은 중국문화와의 친밀성 때문일 수 있다. 이웃 관계인 중국문화와 한국문화가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훨씬 중국인들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유효한 영향을 두려워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서구의 사상’이라고 하고 있는데 한국문화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뭐라고 반대할 명분이 없다. 아예 막는 것이 편하다.

특히 2025년 올해는 중국에서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전쟁’이라고 부르는 중일전쟁 승리 80주년(9월 3일) 있는 해다. 10주년 단위로 행사가 많아지는데 올해는 시진핑이 최고 권좌에서 맞게 된 두 번째 10주년 단위다. 사회와 문화 통제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중일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사실 중국국민당의 ‘중화민국’이었기 때문에 차마 중공이 했다는 말은 못하고 ‘중국인민’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모양새다.)

8월 31일 서울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 커플이 경회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자국문화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록 글로벌 문화시장에서 한국의 역할과 비중은 커진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시아의 문화상품 생산국은 일본 아니면 인도 등이다. 문화강국 한국도 막강하게 치고 나가고 있다. 전통적 강자였던 중국은 이제 아예 빠져 있다. 중국공산당이 내부 문화통제를 강화할 수록, 쇄국할 수록 이들이 생산한 대부분 문화상품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이다.

국내 대부분의 중국전문가들은 “중국에 한한령 해소를 요구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어차피 중국이 그동안 한한령을 강요했다고 인정할 리도 없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우리의 문화실력을 기르면서 중국 시장이 말 그대로, 정상적인 방식으로 개혁과 개방되기를 기다리자고 한다.

덧붙여 지난주 [문화수도에서]와 연결해 중국(중화인민공화국)도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한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 및 강화조약’에 참여하지 못했다. 한국전쟁 참전 등 여러가지 문제가 겹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자신도 당연한 ‘전승국’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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