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추경 변수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올해 정부의 세수부족액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 살림은 빠듯하고 3.7~3.8% 안팎의 성장률은 경기부양을 내세울 정도의 위기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를 조성하고 세수부족 메우기용 추경이라는 비난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단기간에 세수형편이 좋아질 기미도 안 보인다. 성장의 버팀목인 수출이 늘어도 수출상품에는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줘 세수는 수출증가율만큼 늘지 않기 때문이다. 양극화 심화와 원화강세로 법인세 세수도 시원찮다. 여기에 가계와 기업,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불균형까지 맞물려 있다.
새 경제팀은 증세를 통한 세입확대에도 부정적이다. 경제 활성화와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세입을 늘리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기존 입장만 되뇔 뿐이다. 세금은 안 걷히고 증세도 안 하겠다면 정부 씀씀이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재량지출을 축소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성역처럼 간주돼온 129조원(2014~2017년) 규모의 공약가계부 군살을 빼 경기를 살릴 재원으로 돌려야 한다.
재정여건이 녹록하지 않다면 재정보다 금리 등 통화정책과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마침 한은도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강조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나섰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도 경기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세제 등을 손질해 세수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경기 활성화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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