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연주자의 손 끝에서 신비하면서도 다양한 색깔로 들려줄 수 있는 곡입니다. 바이올린의 섬세한 선율을 나만의 스타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2010 디토 페스티벌'에 초청돼 2일 호암아트홀에서 단독 리사이틀 공연을 갖는 일본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류(22ㆍ사진)는 서울경제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의 첫 독주 무대를 갖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디토 앙상블과 함께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후 한국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은 지 1년이 지나 독주회를 갖게 된 그는 "지난 해 한국 연주에서 한국 관객들이 보여준 열정적이면서도 진지한 애정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988년 뉴욕에서 태어난 고토 류는 7세에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태평양음악제에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1번 세 악장을 모두 연주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의 동생이기도 한 그는 "세 살 때 누나가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 앞에서 멋지게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본 후 바이올린이 자연스럽게 내 인생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며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매우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고토 류는 어린 시절부터 로린 마젤, 정명훈,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같은 최고의 지휘자들과 함께 연주했고 1996년부터 10년 동안 후지 TV가 '고토 류의 오디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렇다고 음악에만 인생의 모든 것을 걸진 않았다. 그는 하버드대에 진학해 음악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물리학을 전공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음악적으로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순 없지만 인생을 길게 놓고 볼 때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이 결국 내 음악 세계를 살찌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가 가운데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으로 그는 주저 없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와 지휘자 정명훈 씨를 꼽았다. 고토 류는 "정경화 씨는 세계 톱 수준의 클래식 뮤지션 반열에 올라선 최초의 한국인이자 아시아인"이라며 "특히 그의 브람스 '콘체르토'는 (내가 이제껏 들은) 가장 인상 깊은 연주 가운데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이번 리사이틀 공연에서 그는 그리고라스 디니쿠의 '호라 스타카토',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10번', 쇼숑의 '시곡' 등을 연주한다. 4일 펼칠 디토 심포니와 협연에서는 브람스의 '대학축전서곡',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3번' 등을 고토 류 특유의 강렬하고 열정적인 연주로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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