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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초 양종희 지주 부사장을 파격 발탁한 데 이어 이홍 국민은행 부행장을 최근 지주 사내이사로 선임, 본격적으로 내부 후계자 육성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B는 그간 회장이나 행장 선출 때마다 내부에 적당한 후계자가 없어 인물난을 겪어왔고 자연스레 외풍에 취약한 구조가 됐다. 지난 회장 경선 때도 윤 회장과 함께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등이 내부 출신 후보로 경합했으나 이 가운데 정통 KB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윤 회장이 현재 겸직하고 있는 국민은행장을 재임 중 분리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KB의 차기를 이끌 후보군을 빠르게 육성해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 부행장은 오는 27일 KB지주의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정식 선임된다. 이 부행장은 지난해 말 KB 임원 인사 당시 부행장 5명이 대폭 물갈이되는 상황에서도 박정림 리스크담당 부행장과 더불어 자리를 유지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 7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윤 회장 친정체제가 이제 막 자리 잡은 만큼 연임 가능성이 크다.
KB 지주 사내이사로 국민은행 임원이 임명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임영록 전 회장은 국민은행장도 지주 이사회에서 배제하고 회장 독주 체제를 구축해 회장과 행장이 충돌한 'KB 사태'의 싹을 키웠다. 이 부행장은 국민은행의 선임 부행장으로서 앞으로 지주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 부행장은 특히 대표적인 영업통이어서 전략과 기획에 능한 윤 회장과 상호 공백을 메꾸며 호흡을 맞추기 편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윤 회장은 취임 초 임원 인사 때 양종희 부사장을 지주 2인자로 파격 발탁했다. 양 부사장은 전무와 부행장을 건너뛰고 곧바로 부사장으로 올라 금융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지주 사내이사로도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물론 양 부사장과 이 부행장이 각각 재무 전문가와 선임 부행장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 중용된 것으로 해석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들이 당분간 윤 회장의 '복심'일 수밖에 없어 차기 후계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KB 계열사 사장들의 행보도 주목해볼 만하다. 김덕수 국민카드 사장도 3월 연임에 성공하면 향후 실적에 따라 행장 후보로 언제든 거론될 수 있다. 오현철 KB신용정보 사장 역시 내부 출신 잠룡 중 하나다.
앞으로 LIG손해보험 인수가 마무리되면 국민은행장 선임에 대한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윤 회장이 11개 그룹사를 관리하면서 행장으로서 일선 현장까지 뛰기에는 건강 리스크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신한과 하나금융 등은 모두 회장과 행장이 주요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이사회 개편에 발맞춰 윤 회장이 내부 후계자 양성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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