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원내대표가 이날 당선된 뒤 "무엇이 민심인지, 무엇이 더 나은 대안인지 같이 고민하는 가운데 정말 '찹쌀떡' 같은 공조를 이루겠다"며 당청 간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으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조기 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집권 만 2년도 안 돼 비주류가 당을 모두 장악하며 당정청 관계의 험로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를 맞아 최근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개혁 혼선 등 잇단 국정난맥상이 드러나는 가운데 당의 군기반장 역할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총선이 다가올수록 빠른 속도로 당정청 내 역학관계에서 무게중심이 당으로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의 총체적인 재수정을 비롯해 저리의 주택대출 정책, 건강보험료 인상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당청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무성 대표에 이어 유 원내대표도 청와대 일부 참모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오는 4·29 보선을 앞두고 '인사쇄신' 요구가 커질 수도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인사에서 "대통령도, 청와대 식구들도, 장관들도 이제는 더 민심과 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줘서 우리 함께 손잡고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수평적 당청 관계를 넘어 때때로 정책 차별화 등 당 우위 관계를 고집할 것으로 보며 전전긍긍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이번 경선 기간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을 거듭 내놓았다. 만약 청와대가 당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충돌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청와대가 전날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이 주도하는 모양으로 청와대·정부 간 최고위급 정책조정협의회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지만 당이 뒷받침하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정책조정협의회에 반드시 당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박계 원내지도부가 등장해 이제는 사전에 당과 조율하지 않은 정책은 추진하기가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7·14 전대 이후 여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한 김 대표와 한 번도 독대하지 않을 정도로 당청 간 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이완구 총리(후보자)와 청와대 정무특보단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청와대 정무특보단을 통해 당과 호흡을 맞추고 최근까지 원내대표를 하며 김 대표와도 무난하게 지내온 이 총리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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