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훈련만 하고 싶어요." 아시안게임 리듬체조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달을 목에 건 손연재(16∙세종고)는 당연하고도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각종 행사와 광고 촬영, 인터뷰 요청으로 본업(?)인 훈련에 매진하기가 힘들어진 탓이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손연재에게 요즈음 하루 일과를 물었더니 훈련만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살짝 표시했다. "오전10시부터 오후4~5시까지 개인훈련을 하고 그 후에는 물리치료를 받아요. 집에 가서는 드라마도 보고 인터넷 서핑도 하다가 10시나 11시께 잠자리에 들어요. 기자나 PD들과 인터뷰도 하는데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진행해요. 이젠 계속 훈련만 하고 싶어요." 계속되는 훈련이 16세 소녀에게는 지겨울 법도 하건만 그의 대답에는 메달리스트로서 프로 정신이 엿보인다. 손연재는 지난해 슬로베니아 챌린지대회 주니어 부문에서 우승하며 '리듬체조계의 김연아'로 부각됐다. 지난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따내며 일약 '국민동생'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유명 인사가 됐지만 손연재는 16살 소녀다웠다. "TV나 신문에 기사가 나올 때면 놀랍기도 하고 새로워요. 예전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를 보면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제 이름을 말하더라고요." 그는 내년 초 러시아로 가서 장기간 훈련에 매진한다. 내년 9월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15위 안에 들어야 오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내년부터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성해야 돼서 리듬체조 강국인 러시아를 전지훈련지로 택했어요. 몇 달 동안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그 후에는 표현력과 난도를 높일 계획이에요." "엄마가 예뻐지라고 5살 때 리듬체조를 시켰다"는 이 소녀는 왜 리듬체조를 좋아하게 됐을까. "연기와 음악∙안무가 조화돼 있는 게 큰 매력이에요. 리듬체조는 인간 신체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면서 예술적인 스포츠라는 점도 좋아요. 리듬체조를 한 것이 자랑스러운 걸요." "마지막으로 하루 동안 휴가가 주어진다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 소녀의 답변은 의외였다. "책도 읽고 싶고 영화도 보고 친구들 만나고 먹고 싶었던 피자도 먹으면서 유유자적 쉬고 싶기는 해요. 그런데 막상 쉬라고 하면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한 가지 목표가 생기면 전념하는 타입이거든요. 세계선수권대회가 목표가 된 만큼 휴가를 줘도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아요. 차라리 훈련을 하고 잠깐 쉬는 거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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