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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체리듬과 항암치료


거의 모든 생명체는 지구 자전으로 생기는 밤낮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24시간 주기로 생명현상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보인다. 즉 낮에 행동하고 밤에 잠자는 행동학적 리듬, 하루를 주기로 등락을 반복하는 호르몬 분비, 유전자 발현과 같은 생리학적 리듬 등 하루 주기 리듬은 거의 모든 생명현상에서 관찰된다. 이것은 생명체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이를 상실하면 당뇨ㆍ고혈압 등 대사질환의 원인이 되며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에 노출될 수도 있다.

日주기 리듬 놓치면 암 발병률 높아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일주기 리듬의 상실을 암의 주요 발병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암 치료를 위한 다양한 약물과 방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에서는 항암화학요법(chemotherapy)이 최적으로 선택된다. 거의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고 암의 진행 단계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DNA를 손상시킴으로써 암 세포를 사멸하는 항암화학요법은 암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정상 세포의 DNA도 손상시켜 신체 기관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정상 세포의 DNA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하는 타이밍이 암환자의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아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물질인 DNA는 세포당 하루에 무려 10~100만곳이 손상될 수 있다. 자외선과 같은 환경적인 요소, 활성산소 같은 내인적 요소 등이 DNA에 직접 상해를 입힌다. 손상이 누적되면 유전자가 돌연변이해 세포 기능이 저하되고 심하면 죽거나 암 세포로 바뀔 수도 있다.



DNA가 평소에 이렇게 많이 손상되는데 생명체가 멀쩡히 살아있는 건 왜일까. 바로 NER(뉴클레오티드-절삭 회복)과 같이 손상된 DNA를 수리해주는 'DNA 수리공'이 있기 때문이다. 항암치료 동안 NER 활성을 억제시키는 약물이 임상시험 중에 있다. 따라서 정상 세포와 암 세포 사이의 NER 활성의 일주기 리듬을 이해하면 항암화학요법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찾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항암치료도 '타이밍'이 생명

몸 속 장치인 생체시계(circadian clock)가 NER 활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특히 필자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NER 활성이 이른 아침에 가장 낮고 저녁에 가장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NER의 일주기 리듬을 확인하고 암 세포와 정상 세포의 NER 활성을 비교해 암 세포의 NER 활성이 가장 낮은 시간대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항암제의 투여 타이밍을 조절해 암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시간항암요법(Chronochemotherapy)'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에서는 좋은 연구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그동안 의학계에서 경험적인 결과에 의존해 수행해오던 항암제 치료에 대한 비과학적인 접근법을 과학적이고 환자 특이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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