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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증권정책(사설)

연말배당이 두달밖에 남지 않은 10월말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밑돌았다. 아무리 배당을 바라보는 장기투자가 없다고 해도 11월을 하루 앞둔 날의 주가가 연중최저를 보이는 것은 너무 심한 일이다.지난 9월말께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을 시작하고 은행이 줄지어 금리인하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다락같이 오른지 불과 한달만에 별안간 다시 폭락세로 반전, 연중 최저를 기록함으로써 투자자를 울리고 있다.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썰렁한 증권시장에 투자자의 한숨이 하늘에 닿아 있는데 사실상 이렇다할 증시정책이 없어 답답하다. 뒤늦게 당국이 공기업 민영화계획을 수정하고 연금과 기금 등의 여유자금으로 주가를 떠받치라고 요청한 모양이지만 그것을 속시원한 증권정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연금이든 기금이든 주가하락시에 주식을 사들이게 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장기자금인 기금이 연중최저의 주가로 주식을 구입하면 언젠가 상승할 때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요행히 주가회복에 도움을 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주가를 기금에 떠받치라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나, 그러한 일이 마음먹은대로 효과를 가져온다는 보장도 없다. ○자금이탈 방지가 급선무 증권당국의 주가상승희망과는 상관없이 실기한 외환정책과 경제외적인 이유로 증시의 자금이탈을 초래하는 정책이 난무, 증시를 더욱 불안케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외환정책이 실기해 작년에는 원화의 강세로 수출을 어렵게 했고 올들어 이미 적자가 늘어날대로 늘어난 뒤에 환율을 인상, 이번에는 외채상환부담을 가중시킬 뿐아니라 외국인의 증시자금이탈로 증시를 무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에 더하여 경제외적인 요인으로 예고없는 계좌추적을 빈번히 실시해 투자자들의 증시이탈을 촉구한 것도 큰 문제이다. ○최선의 처방은 금리인하 주가는 경제사정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며 기업이 장사를 잘 해야 상승한다. 그러므로 경제가 어려워 기업이 장사를 잘못하면 달리 도리가 없다. 정책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업이 장사를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며, 증권시장의 자금이탈을 막고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최근 환율의 급등으로 외국인의 증시자금이탈을 촉진하거나, 적어도 자금유입을 완전히 막아버려 증시자금사정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환율을 억지로 안정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외국인의 증시자금 이탈을 촉진하거나 증시자금 유입을 가로막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바라만 보겠는가 묻고 싶다. 재정경제원이 얼마나 급하면 기금 등에 주식매입을 요구하였는가 이해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근본문제는 금리의 하향안정을 적극 유도하여 경제회복과 증시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해결의 길이 있다고 본다. 경제가 살아나야 증시도 살아날 수 있으나, 또한 경제가 살아나기 전에 아무리 어려워도 증시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때에 증권시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불규칙적인 주가등락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주가가 하락할 요인이 있어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나 별안간에 예측불가능한 폭락으로 투자자를 멍들게 하는 일은 막아주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데도 장밋빛 전망과 풍문이 난무하여 주가를 들뜨게 하더니 별안간 전직대통령들을 비리혐의로 사법처리하면서 예고없는 계좌추적으로 주가를 폭락케 하여 선의의 투자자를 멍들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더이상 투자자 울리지 말자 또한 증권회사는 경영이 힘들고 자금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투자고객에게 무리한 단기투자를 권유하여 더 큰 위험을 부담시키는 것도 삼가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군살을 빼고 경영부담을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또한 정책당국은 증권회사의 어려운 경영사정을 감안하여 자금부담을 경감시키고 건전한 투자를 중개하는 증권회사를 지원해야 한다. 증시는 한편으로는 미래의 희망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경제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전체적으로 언제쯤 경제가 회복될 것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며 또한 개별적으로 희망을 줄 수 있는 착실한 주식을 찾아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연초에 폭락했던 반도체 값이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될 조짐이며 환율과 금리를 적절히 안정시킬 수만 있다면 자동차와 기타 중화학제품도 다소 경쟁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증시는 그러한 희망을 바라볼 여유가 너무 없다. 연일 늘어나는 것은 적자확대, 경기침체와 총체적인 위기감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발표될 때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모든 것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므로 그 시차를 인식해야 한다. 요컨대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증시가 이미 발표된 통계를 보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증시가 먼저 앞을 내다보고 언제쯤 어려운 경제가 회복될 것인지를 누구보다 앞서 지도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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