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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몸과 생명으로 깨치는 서양 역사

■ 몸으로 역사를 읽다 (한국서양사학회 엮음, 푸른역사 펴냄)


마르크스는 "공장에서는 하나의 죽은 기구가 노동자들로부터 독립해서 존재하고 노동자들은 이 기구에 살아있는 부속물로 합체된다"고 말한다. 몸이 개인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그들에 대한 관리비용을 최소화하는 권력의 표출 방식이 된다는 설명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는 다이어트나 피부관리, 성형 등 물리적 외양 자체에 치중된 경향이 높다. '몸으로 역사를 읽다'는 고대에서 근대까지 서양의 몸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탐색해 몸을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으로 해석한 책이다. 한국서양사학회가 전국학술대회에서'서양에서 몸과 생명의 정치'라는 주제로 논의한 학자들의 발표문을 재편집해서 펴냈다. 저자들은 최근 몸에 대한 담론이 한쪽으로 편향돼 몸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스스로 막고 있다며 다양한 주제를 통해 몸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고대에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신체가 '건전한 정신'을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져 숭배의 대상이 된 반면 중세에는 몸의 욕망을 죄악으로 여겼고 근대 이후 자본주의는 노동 통제의 일환으로 여겨졌다. 또 국가는 학교, 군대, 감옥 같은 다양한 제도와 기관을 통해 몸을 관리하고 감시함으로써 효율적으로 권력을 굳힐 수 있는 방법으로 몸을 이용했고 몸을 둘러싼 근대과학의 연구들은 19세기 후반 제국주의에 봉사하는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책은 다양한 사례와 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몸에 대한 담론을 다각도로 설명한다. 여성의 몸이 남성과 다르게 길들여지는 과정을 통해 여성의 몸이 정치적 평등에 어떻게 기여했는 지 분석하고 나치 집단수용소의 사례를 들며 생명과 권력의 관계 속에 있는 몸에 대한 고찰도 펼친다. 총 10 명의 학자들이 몸에 대해 각각 쓴 글이라 유기적 연결성은 떨어지지만 몸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담아 흥미롭다. 1만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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