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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의 최저임금 인상붐이 심상치 않다. 스타벅스와 중저가 의류업체 갭이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인상한 데 이어 미국 최대 유통회사인 월마트와 미국 보험회사인 아에트나도 이달 1일부터 동참했다. 버티고 버티던 맥도널드 역시 최근 백기 투항을 했다.
미국 기업들의 최저임금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하지만 스타벅스와 갭이 지난해 초 인상 계획을 발표한 후 잠잠해졌다. 이런 불씨를 되살린 것이 바로 아에트나의 마크 베르톨리니 회장(59·사진).
그가 최저임금 인상에 나서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지난해 경제학계에 뜨거운 논쟁거리를 제공했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그 주인공.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베르톨리니 회장은 불평등 문제를 지적한 이 책을 읽은 후 회사 임원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았는가”라고 물어봤다. 그리고 그 즉시 최저임금 인상에 착수했다.
그는 “이것(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직원들에게 임금을 주는 문제가 아니다. 전체 사회적 계약에 관한 것이다” 며 “개별 기업이라고 혁신적 결정을 만들고 추진해 나가지 못하라는 법이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베르톨리니 회장의 결단으로 이 회사는 지난 1월 직원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이달부터 기존 12달러에서 16달러로 33%나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시간당 16달러는 최근 임금 인상을 발표한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맥도널드나 월마트보다도 6달러 이상 많은 것이다. 이번 조치로 전체 직원들에겐 11%의 임금인상 효과가 발생하게 됐다.
이것 뿐 아니라 직원들의 의료 보장 지원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아에트나의 주가는 최저임금 인상 발표 직전인 지난 1월13일 89.52달러였지만 이달 2일에는 20% 가까이 상승한 107.15달러까지 치솟았다.
베르톨리니 회장으로선 기업 이미지 상승이라는 명분도 얻고 주가 상승이라는 실속도 챙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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