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에는 유럽 경제 침체, 중국의 성장둔화, 이란-이스라엘 전쟁 가능성, 미국 정부예산 자동삭감 및 연방부채 상한조정, 신흥국들의 성장둔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등 여러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경제는 기대 이상의 회복세를 보였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8% 이상 상승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2014년 미 경제와 주식시장 전망에 월가의 많은 투자가들이 낙관론을 갖고 있다.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이 대세일수록 올해 글로벌 위험 요소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제면에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 재침체 가능성,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위기, 일본 아베노믹스 실패에 따른 환율전쟁 촉발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유로존 위기는 지금은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올해 다시 큰 걱정거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 문제는 근본적으로 치유된 것이 아니다. 유로존 국가들은 2014년에도 지속적으로 디레버리징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여기서 발생하는 신용 긴축과 재정긴축 여건은 유로권 경제회복에 큰 역풍이 될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해외채권단들과의 소송은 현재 미국연방 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올해나 내년에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이 판결 결과에 따라 신흥국에 대한 채권투자 관련 게임규칙이 바뀌면 신흥국들의 구조조정에 큰 변수가 된다. 이는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함께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신흥국들에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또 올해 일본 아베노믹스의 구조개혁 정책이나 균형재정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소비세 인상이 실패할 경우 일본 경제 성장이 다시 둔화되고 디플레이션 증후가 나타날 수 있다. 아베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통화완화를 더 가속화시켜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의 주요 교역 대상국들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환율전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미 의회도 아시아국가들과 맺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이나 유럽국가와 맺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의 조약에 환율조항을 포함시키라는 압력을 미 행정부에 가하고 있는 가운데 엔화 가치 급락은 이런 논란과 압력을 더 가중시킬 것이다.
안보면으로는 최근 필자가 참석한 미국외교협의회(CFR)의 '2014년 안보 리스크' 좌담회 토론을 간략히 소개한다. 이 자리에서는 올해 미국이 당면한 글로벌 안보현안으로 시리아 내전 악화, 대이란 군사공격위협 등을 포함한 중동·북아프리카 문제가 첫 번째로 꼽혔다. 두 번째로 미국 본토나 동맹국 주요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나 테러, 세 번째로 북한 위기와 중·일 간 갈등으로 인한 동북아시아의 긴장 고조, 네 번째로 아프가니스탄 사태 불안정, 파키스탄 정정 불안 등 중앙아시아 문제 등이 지적됐다.
북한 위기는 시리아 사태, 대이란 공격 및 미국의 주요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과 함께 가능성은 중간이지만 충격은 가장 크다며 미국의 최우선억제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특히 올해는 주요 신흥국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통령이나 의회선거가 실시된다. 터키·브라질·인도네시아·콜롬비아 등에서는 대선이 치러지고 인도·남아공에서는 의회선거가 예정돼 있다. 정치적 위험도가 그 나라 경제 성장과 투자의 중요한 요소가 돼가는 시기므로 기업·투자활동에 있어 각 나라들의 정치 위험도를 잘 분석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고비들에 잘 대처하면 위기가 기회로 다가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올해 청마의 해에는 우리 정부·기업·국민 모두 합심해 북한 급변사태 등 여러 잠재 위험 요소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 곳곳에서 열심히 뛰어 통일의 초석 다지기 등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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