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시장을 주름잡았다가 지금은 일본경제와 함께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는 일본의 대표기업들이 권토중래를 위해 벼르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와 신일본제철 등 일본 산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은 올해 극심한 엔고 상황에서 아시아ㆍ미국 등의 경쟁사에 밀려 금이 간 명성을 되찾기 위해 오는 2012년을 공세전환의 원년으로 삼았다. '메이드 인 재팬'의 대명사격인 도요타자동차는 내년 생산을 대폭 늘려 신흥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2012년 글로벌 생산대수를 사상최대 규모인 865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07년 수립한 최고 기록인 863만대를 웃도는 수준으로 일본 대지진과 태국 홍수 등의 여파로 700만대선에 그친 올해와 비교하면 생산목표를 20%나 높게 잡은 것이다. 잇단 재해에 따른 생산차질은 올해 말까지 모두 수습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선진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도요타가 이처럼 공격경영으로 전환한 것은 신흥국 시장에 대한 꺾이지 않는 기대 때문이다. 도요타는 100만엔 안팎의 저가자동차 투입과 현지공장 신규 가동 등을 내세워 현재 8% 정도에 그치는 신흥국 판매비중을 내년에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발표됐던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과의 합병에 대해 최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을 내줌에 따라 양사가 생산과 판매ㆍ기술개발 등 모든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양사는 앞으로 본격적인 통합논의를 거쳐 내년 4월 최종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10월에는 합병회사인 '신일철스미토모'를 출범시키게 된다. 과거 세계의 양대 철강사에서 현재 세계 4~5위권까지 밀려난 신일본제철은 스미토모금속과의 합병을 통해 아르셀로미탈에 이은 세계 2위 자리를 재탈환하게 된다. 양사 철강생산의 단순합계는 5,000만톤 미만이지만 내년 이후 해외 생산량을 확충해 6,000만~7,000만톤 규모의 생산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TV사업 등의 부진과 엔고 여파로 자존심이 있는 대로 구겨진 일본의 대표 가전사 소니는 최근 7년 만에 출시한 게임기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을 자신하고 있다. 소니는 스마트폰 보급 이후 빠르게 잠식되는 게임기시장을 되찾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을 17일 일본에 이어 내년 2월22일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시장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이 신형 무기는 트위터ㆍ페이스북ㆍ인터넷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통신기능을 강화한 휴대용 게임기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의 앤드루 하우스 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적판매 7,310만대를 기록한 PSP 이상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 기업이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유럽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이 얼마나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전히 기록적인 엔화 강세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내년에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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