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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하는 도심, 재생으로 활로 찾자] <1> 바뀌는 도시정비 패러다임 <해외>

애물단지 철도부지에 업무시설… 도시기능 살려 신도심으로<br>● 파리 리브고슈<br>고층 빌딩만 즐비한 획일화된 재생 지양… 지역 역사·문화 조화<br>● 도쿄 네기시 3쵸메지구<br>"대규모 개발 능사 아니다" 작은 마을단위로 사업 주민 안전 최우선 고려

프랑스 파리 13구의 철도 부지를 재생한 리브고슈 구역 내 공원. 공원을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업무시설이, 오른쪽 건물들은 주거시설이 기능적으로 분리돼 자리를 잡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도시 경쟁력을 곧 국가 경쟁력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산업시대 성장의 중심이 됐던 구도심이 각종 도시 문제들로 몸살을 앓게 되자 1970~1980년대부터 도시 재생을 위해 전방위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세계의 도시재생사업은 다양한 얼굴을 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지역의 특징을 반영해 때로는 대규모 철거 방식으로, 때로는 일부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정도의 소규모 개발하는 식으로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주체도 다양화해가고 있다. 기존의 공공이나 민간 중심이 아닌 민관협력사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민간의 자본력과 함께 공공이 함께 참여하면서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의도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 도시재생사업은 사업성에 기반하고 있어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추진이 곤란하고 대도시에서는 공동체 훼손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종합적인 재생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는 해외의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와 경제의 만남…프랑스 파리 리브고슈=파리 동쪽 13구의 센강 좌안인 리브고슈(Rive Gauche)지구. 도심의 샹젤리제 거리나 오페라 극장 인근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은 철도 부지를 활용해 기존 도시의 부족한 업무·교육·주거·문화·상업 시설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곳으로 재생·개발돼 파리의 신도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1991년 협의정비지구(ZAC)로 지정돼 오는 2025년까지 마무리될 계획으로 사업이 본격화된 후부터 현재까지 130㏊에 달하는 부지 중 절반가량의 개발이 마무리됐다. 총 사업비가 40억유로(한화 약 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파리주택공사·철도청이 투자한 민관 합자회사인 파리개발공사(SEMAPA)가 맡고 있다.

길레트 SEMAPA 대표는 "철도 부지로 도시 기능이 단절된데다 도심 기능이 확장되면서 파리 교외지역을 연결할 수 있는 입지적 조건 때문에 재생·개발 압력이 컸던 곳"이라며 "철도 부지를 활용한 도시재생의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리브고슈지구의 특징은 기존 철도 부지 위에 건물을 짓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행복주택의 개념과 비슷하다. 유동인구가 많아 하루 3시간만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등 작업시간이 부족했던데다 안전성을 높여야 했기 때문에 부지 조성비가 3.3㎡당 1만5,000유로(2,400만원)나 소요돼 사업비가 급등했다. 이에 SEMAPA는 금융기관 등 대기업들에 상업·업무 용지를 비싸게 팔아 손익 균형을 맞췄다.

프랑스 파리는 리브고슈처럼 대규모 업무시설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다. 하지만 고층빌딩만 즐비한 획일화된 재생사업은 지양하고 있다. 파리의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다양성과 역사·문화를 고려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리브고슈지구 역시 7개 개발 권역에 롤랑 슈바이처와 이브 리옹 등 7명의 유명 건축가가 코디네이터로서 각 권역을 개성 있게 개발하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해 하나의 도시처럼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귈레트 대표는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가는 브루네소 권역에는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투르 듀오' 등 최고 200m 높이의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라며 "파리에서 가장 독특하고 매력적인 주거·업무 지구로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주민 생활과 안전이 최우선'…일본 도쿄 네기시 3쵸메지구=일본의 도시 재생사업은 롯폰기처럼 대규모 개발사업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작은 마을 단위의 재생사업도 활발하다. 2000년대부터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마을과 구 중심지 정비사업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000여곳이 넘는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다. 지역 주민들이 비영리 민간단체(NPO)의 전문가들과 손잡고 마을 커뮤니티를 복원하는 마치즈쿠리 활동이 일본 전역에서 벌어지는 것이 일본 도시재생사업의 최근 모습이다.

일본 도쿄도 다이토구 네기시 산쵸메 지구도 조그만 도시 재생사업장이다. 규모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한 개동(洞) 정도의 크기다. 목조건물이 즐비한 이곳은 도로 폭이 2~2.7m 정도에 불과한 도쿄에서도 오래된 주거지역 중 하나다. 2~3층짜리 목조주택들이 길을 따라 올망졸망 들어서 있기에 화재나 지진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도쿄도 역시 이 지역을 방재 재개발 촉진지구로 지정해놓았다. 다이토구가 네기시 산쵸메 지구의 재생사업을 시작한 것도 바로 재해·재난시 소방차나 구급차의 접근이 쉽도록 도로를 넓히기 위해서였다. 일본도시재생기구(UR도시기구)의 나카무라 카즈히로(中村和弘) 팀장은 "오래된 동네인 만큼 주민들도 이곳을 벗어나기 싫어했다"며 "전면 철거 방식의 정비가 불가능한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규모는 작지만 전면 철거 방식을 사용할 수 없기에 다이토구는 UR에 협조를 요청했다. UR는 가장 먼저 방재광장 옆의 병원 공터를 다이토구로부터 매입한 뒤 이 땅에 종전 주거자용 임대주택을 지었다. 임대주택이 완성되자 방재도로를 만들기 위해 집이 철거되는 주민들을 임대주택에 옮겨오도록 하고 방재도로에 편입되는 사유지를 소유한 주민들에게는 인근의 구유지(區有地)를 제공해 지난해 토지구획 정리사업을 완료했다.

2006년 사업을 시작한 네기시 산쵸메지구 재생사업은 크지 않은 규모지만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6년이 걸렸다. 사유지와 구유지를 교환하는 환지 방식을 택하고 재생사업에 앞서 기존 주민들이 먼 곳으로 이사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임대주택을 먼저 지은 후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UR의 가와다 히로시씨는 "규모에 비해 사업기간이 길었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거의 없었다"며 "UR에서도 모범적인 재생사업 사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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