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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ㆍKDI 경제전망 수정] “경제 올초보다 급속악화” 공식인정

한국은행과 KDI가 10일 내놓은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는 현재 우리 경제의 단면이 올 초와 비교할 때 매우 나빠졌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성장은 급격히 둔화되고 물가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국제수지 또한 악화일로이기 때문에 불과 3개월여 전에 내놓은 전망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이 날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지금이 경기 저점”이라고 몇 차례 강조해 애써 비관적인 해석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박 총재는 “바그다드 함락 소식이 전해졌는데도 뉴욕증시가 하락하는 등 이라크전쟁의 결과를 지난 91년 걸프전에 대입해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하는 등 세계ㆍ국내 경제가 여전히 `짙은 안개속`에 있어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음을 털어 놓기도 했다. ◇성장ㆍ물가ㆍ국제수지, 모두 악화=한은과 KDI는 이날 내놓은 수정 전망을 통해 성장과 물가를 비슷한 폭으로 조정했다. GDP성장률을 5.7%와 5.3%에서 4.1%와 4.2%로 각각 낮췄고 소비자물가는 3.4%와 3.3%에서 3.9%와 3.8%로 높였다. 경상수지는 한국은행(10억달러 적자)이 KDI(15억달러 흑자)에 비해 더 나쁘게 봤지만, 이는 환율과 유가예측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전반적으로 한은과 KDI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라크 전쟁ㆍ고유가ㆍ북한핵 문제는 물론이고 최근의 사스(SARS)에 이르기 까지 최악의 변수들을 모두 반영했다”고 말했다. KDI측도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이 맞물려 있는 시점에 수정 전망을 추계해 아무래도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한은은 이라크 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과 테러 가능성 등 불안요인이 여전해 세계경제의 회복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는 등 전후(戰後) 경제를 장미빛으로만 보지 않았다. ◇정부와 시각차(?)= 정책 당국인 한은의 수정 전망은 불과 이틀전 김진표 재정경제부장관 겸 부총리가 “5%대 성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 것과 큰 차이를 드러내 정부와 한은의 시각차가 큰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전망은 `정책적 의지`도 함께 담겨 있다”며 “한은이나 다른 연구기관에 비해 전망 수정이 보다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일축했다. 그는 “정부도 이미 경제 여건이 어려워졌다는 걸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에 선행해 한은과 KDI 등이 진단을 내놓은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도 “수정 전망을 통해 재정집행과 추경편성 등 정책운용을 돕는게 한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정부도 하반기에는 전망을 수정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일각에서는 “한은과 KDI의 경제전망이 실물경제의 흐름은 잘 반영하고 있지만 유가와 설비투자 등의 변화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공식적인 경제전망이 나빠짐으로써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이것이 다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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