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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주 뜰 때 버핏은 괴롭다.
3일(현지시간)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세계 최대의 음악축제)'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가 열리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손님맞이에 한창이지만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속은 편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은 오마하의 현인의 놀라운 투자 혜안에 대한 칭송으로 가득 찼지만 올해 주총의 최대 이슈는 저조한 투자수익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외신들은 내놓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자회사만 80개를 거느린 일종의 지주회사로 현재 주당 가격이 약 19만3,000달러(약 1억9,000만원·A주 기준)에 달한다. 보험업에서 출발한 버크셔해서웨이는 버핏 회장을 최고투자책임자로 한 거대한 투자펀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버크셔해서웨이의 지난 5년 누적 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시장수익률을 밑돌았다. 2009~2013년 버크셔의 주가상승률은 91%로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수익률인 128%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최근 미국 주가 상승의 주도주들이 테크기업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르는 주식은 투자하지 않는다"는 버핏 회장의 투자원칙에 따라 버크셔해서웨이의 테크주 투자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의 낭보를 울리는 와중에 버핏 회장의 투자수익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테크 붐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잘나가는 테크주에 단 한푼도 투자하지 않고 있던 버핏 회장은 시장수익률을 크게 밑돌며 한물간 게 아니냐는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결국 그의 투자원칙은 2008년 금융위기에 빛을 발했으며 결국 1965년 이후 버크셔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S&P500의 10배를 넘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버핏 회장은 장기투자를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단기성과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로 83세인 버핏과 90세인 찰스 멍거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후계자에 대한 힌트가 공개될지도 이번 주총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미 지난해 버핏 회장은 주총에서 "후계자를 정해놓았다"고 밝혔지만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시장 대비 저조한 투자수익률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는 노령인 버핏 회장을 이을 후계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 투자계획에 대한 주주와 애널리스트들의 질문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클레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버크셔는 약 25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식품회사인 하인스를 인수하는 등 '코끼리 사냥(대형 인수합병)'에 손을 뻗치기도 했다.
한편 버크셔해서웨이의 추종에 사상 최대 인원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악용한 바가지 상술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 버크셔해서웨이 주총 참석인원은 사상 최대인 3만8,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제는 버핏 회장까지 직접 나서서 '주주 보호'를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1일(현지시간) 전했다. 오마하는 인구가 43만명에 불과한 중소도시로 호텔 방도 1만4,000여개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3만명이 넘게 몰리는 주총 시즌이 되면 방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에 호텔 주인들은 평소 요금의 3배 이상을 부르기 일쑤다.
주주들에 대한 바가지 피해를 우려한 버크셔해서웨이는 내년부터는 아예 민박집을 연결해주는 업체인 에어비앤비와 손잡고 저렴한 숙박을 알선할 계획이다. 버핏 회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주총을 꼭 오마하에서 하란 법은 없다"며 이런 바가지 행태가 계속되면 "아예 숙박료가 저렴한 댈러스로 주총장을 옮기겠다"고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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