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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비트코인의 경고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돈이란 무엇인가. 화폐경제학의 대가인 고 밀턴 프리드먼은 "화폐제도는 어떤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의 허구에 불과한 것을 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허구는 쉽게 깨어지지는 않지만 또한 파괴 불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화폐경제학ㆍMoney Mischief: Episode in Monetary History)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중앙은행은 추락하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다. Fed만 하더라도 미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양적완화(QE)를 통해 천문학적인 규모로 사들였다. 유럽중앙은행(ECB)ㆍ일본은행(BOJ) 역시 마찬가지다. 각국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 시중에 돈이 풀리면 그만큼 돈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투자 수단으로 진화하는 비트코인

요즘 '비트코인(Bitcoin)'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알려진 바와 같이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쓰는 개인 또는 집단이 만들어 온라인 공간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상화폐다. 뉴욕타임스(NYT)ㆍ파이낸셜타임스(FT)ㆍ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언론들은 최근 비트코인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비트코인은 거래망에 가입한 개인이나 집단이 이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클라우드)을 확보하기 위해 어려운 알고리즘을 풀면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암호를 풀기 위해서는 대략 6,700조번의 계산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개인용 컴퓨터 성능인 2Ghz CPU를 기준으로 할 때 50비트코인을 얻기 위해서는 21년이 걸린다.

또 하나 비트코인의 총량은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 현재까지 채굴(mine)된 수량은 그 절반 정도인 1,100만개. 매 4년마다 채굴될 수 있는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총량인 2,100만개는 2140년에 가서야 모두 채굴된다.

비트코인은 사용자의 익명성이 보장되고 물리적 위조나 변경이 불가능하고 시공의 제약 없이 거래할 수 있다. 또 암호화된 거래도 가능하다. 비트코인을 달러와 같은 화폐로 환전해주는 서비스가 생겼다. 비트코인은 은행 및 예금도 믿을 수 없게 만든 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 이후 제도권을 대신한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으로 떠올랐다. 마약 등을 거래하는 마피아가 자금거래를 숨기기 위해 이를 이용한다고 전해진다.



비트코인은 투자의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주커버그와의 소송으로 유명해진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투자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비트코인 거래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한 사이트에 따르면 연초까지 13달러에 머물던 비트코인의 가치는 이달 중순 한때 260달러로 치솟았다가 현재는 72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통화 남발로 신뢰 잃어가는 중앙은행

비트코인이 각광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화폐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다. 기존에 통화정책과 화폐 발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돈을 천문학적으로 찍어내는 중앙은행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부가 화폐발행의 권한을 남용한다는 생각하는 자유주의자들이라며 이들을 금본위주의자(goldbug)에 빗대 비트버그(bitbug)고 지칭했다. 그리고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이를 받아줄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크루그먼의 지적처럼 비트코인의 인기는 헛된 믿음이 깨어지면 한때의 유행으로 갑자기 사라져버릴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신뢰를 상실해간다면 언젠가는 제도권 화폐의 허구를 깨트리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통화를 남발하고 있는 중앙은행들에 대해 비트코인 열풍이 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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