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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때처럼 못해도…" 세계적 거물의 충고

"교육의 질·서비스산업 개선하면 한국 5% 성장도 가능"<br>[글로벌 View 2013년 세계를 말한다] ■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명예교수



"박정희 때처럼 못해도…" 세계적 거물의 충고
"교육의 질·서비스산업 개선하면 한국 5% 성장도 가능"[글로벌 View 2013년 세계를 말한다] ■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명예교수

케임브리지=이학인특파원 leek@sed.co.kr
























서비스 비중 늘었어도 경쟁력 뒤져 새 정부 공정경쟁 토대 마련 주력을中 급속 개혁보단 점진적 변화 추구 성장률 중장기적 7%대로 둔화 예상日 장기불황 속 경제개혁작업 못해 우파정권 출범 불구 앞날은 불투명

"앞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은 서비스 부문에 달려 있습니다. 경제가 성숙할수록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는데 한국의 경쟁력은 제조업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비즈니스를 육성해야 합니다."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아시아경제 전문가다. 그는 한국의 새 정부가 수행해야 할 경제정책과 관련, 기업들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퍼킨스 교수를 지난달 초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만난 데 이어 26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경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퍼킨스 교수는 "한국이 7%의 성장을 달성하기는 어렵지만 3%의 성장에 만족해서도 안 된다"며 "서비스업과 교육의 질 개선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5%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 출범에 대해서는 급격한 개혁노선보다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더라도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질적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지배구조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전공분야가 아니어서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한국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정부의 의사결정 권한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과거 박정희 정권 때처럼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이 결정하고 집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한국 재벌들은 더 이상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법적ㆍ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운영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기업의 특성으로 일컬어지는 가족경영 승계는 이탈리아ㆍ중국 등 다른 국가에도 있는 모델입니다. 그러나 소수 오너 일가의 배타적 경영지배는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할 개연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대가 내려가면서 계속 훌륭한 경영자를 배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주주들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이 실현 가능한 경제성장은 어느 수준일까요.

▦이명박 정부가 제시했던 7% 성장률은 경제성장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 것이며 3% 성장에 만족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대만이나 다른 국가들처럼 한국도 국민소득 1만3,000달러선에서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잘 세우고 경쟁력이 뒤처진 부분을 끌어올린다면 5% 성장은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성장도 괜찮은 수준입니다.

-세계경기를 감안할 때 5%는 사실 높아 보입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서비스섹터의 질적 개선입니다. 한국의 제조업은 일본과 어깨를 견줄 만큼 크게 성장했고 매우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경제가 성숙할수록 비중이 커지는 서비스섹터의 경우 국제경쟁력이 없습니다. 서비스섹터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한국은 소규모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고 상당수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제조업에서 밀려난 경우로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서비스 창출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다른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또 하나 성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육입니다. 한국이 제조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인적자원 아닙니까. 현재 한국의 대학교육은 질적 수준에서 떨어집니다. 몇몇 글로벌 수준의 대학이 있지만 나머지 대학들의 질은 너무 낮습니다(이 부분에서 그는 푸어(poor)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80~90%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질 낮은 교육은 졸업생들의 삶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미국에서 자녀들을 유학시키는 현실이 한국 교육의 질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활력을 잃은 일본을 닮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인구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반면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회안전망과 퇴직자들의 노후 대비 복지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인구 부족을 메우기 위한 이민정책 전환도 필요합니다. 만약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경제를 짚어주시죠.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수출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해왔습니다. 매년 10% 이상 성장하려면 3년마다 일본의 연간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전체 수출이 늘어나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반면 내수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미국의 70%는 물론 일반적인 국가들의 수준인 60%에도 크게 못 미칩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경기부양에 의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7%선으로 떨어지지 않을까요. 7% 정도도 꽤 괜찮은 수치입니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습니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이미 금융위기 이후에 급격히 늘어났는데 다른 수단이 있습니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군사비 등의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것이지요. 이미 중국은 GDP의 2~4%를 군사력 강화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처럼 급격한 투자는 어렵겠지만 일정 수준의 정부 지출을 늘리는 방법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유입 인구를 위한 주택건설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중산층 이상이 선호하는 주택은 버블이 있지만 가난한 도시인구들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는 사회적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환경 투자나 연구개발 등에 대한 지출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시진핑 정부가 개혁적인 정책을 펼 수 있을까요.

▦중국의 정치권력 구조로 볼 때 시진핑 정부가 급격한 개혁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봅니다. 여전히 중국은 집단지도체제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행정부ㆍ당 등 각 파워 집단들이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입니다. 경제개혁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과제는 보다 투명한 시장을 만들고 상업 문제를 해결할 법적 구조를 갖추는 것이 될 것입니다. 과거보다 훌륭한 자질을 갖춘 관료들이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정도를 높이는 일도 필요합니다.

-일본도 최근 우파정권이 출범했습니다. 정권교체에는 경제적 요인이 컸는데요.

▦일본은 지난 1990년대 장기불황에 진입하면서 경제 시스템 개혁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불황을 길게 끌고 왔고 이는 지금도 여전히 좋지 못한 경제의 한 원인입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실기업ㆍ은행들을 대거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러한 작업이 거의 없었습니다. 불안한 정치체제로 구조적인 개혁을 할 수 없었습니다. 많을 때 한 해에도 두세 차례씩 총리가 교체되는데 어떻게 지속적인 경제정책이 가능하겠습니까. 앞으로의 문제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밝은 전망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경제를 전망해주시지요.

▦일반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지난해와 유사한 경로를 밟지 않을까 합니다. 중국의 성장둔화, 유럽 채무위기, 미국의 재정절벽 등 악재가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다면 리세션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유럽의 경우 유로화 체제하에서 리세션을 빠져나오기 위해 경쟁력을 높이려면 가격하락이 불가피한데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특히 임금은 하방경직성이 매우 큽니다.

■ 퍼킨스 교수는한때 KDI 근무 한국과 인연 깊은 아시아 경제 전문가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중국경제를 전공한 미국에서 손꼽히는 아시아경제 전문가이다. 그는 하버드대 동아시아 부책임자, 경제학과 의장, 하버드 국제개발연구소 소장, 하버드 아시아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퍼킨스 교수는 한국과의 인연도 매우 깊다. 지난 1972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창립 때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KDI 연구원들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KDI 창립 4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는 '한국경제의 성장 패턴과 구조변화'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인준 서울대 교수 등 많은 한국 학자들을 길러냈다. 최근에는 배리 아이켄 그린 UC버클리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등과 함께 '기적에서 성숙으로:한국경제의 성장'이라는 저서를 펴냈다.

퍼킨스 교수는 한국ㆍ중국ㆍ말레이시아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 정부의 경제정책과 개혁에 대한 자문 또는 컨설턴트로 참여했다. 또 중국ㆍ한국ㆍ베트남 등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경제를 바탕으로 경제역사와 경제개발에 관해 19권을 저술했다.

▦1934년 뉴욕 ▦1956년 코넬대 졸업 ▦1961년 하버드대 경제학석사 ▦1963년~ 하버드대 경제학교수 ▦현재 하버드대 아시아센터 소장 ◇주요 저서 '중국의 시장통제와 계획경제' '중국, 다음 아시아의 경제거인' '개발도상국의 경제 시스템 개혁' '한국경제의 성장 패턴과 구조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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