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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19일] 한국 기업은 '우물안 개구리?'

“태평양 넘어 쓰나미가 닥쳐오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몸집을 불리겠다고 인수합병(M&A)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기업들도 이제는 세계 경제 흐름을 제대로 짚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할 텐데 말이죠.” 몇 달 전 만난 금융권의 한 지인은 기자에게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미국 금융 위기의 파장이 얼마나 심각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기업들은 유동성 점검 보다는 M&A를 위한 자금 조달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연신 씁쓰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발언은 얼마 안 가 현실로 이어졌다. 지난 몇 달 기업들은 ‘돈의 흐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해 적지 않은 시련을 겪었다. 굵직굵직한 M&A에 성공하며 부러움을 샀던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려야 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집어삼켰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융 계열사의 필요성을 절감해 수십년간 공들여 키워온 금호생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고, 유진그룹은 어렵사리 인수한 유진증권을 1년여 만에 되파는 극약 처방을 꺼내들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지를 불태웠던 두산그룹은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 슬그머니 발을 뺐지만 시장과의 ‘소통 부재’ 탓에 곤욕을 치렀다.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을 간과한 채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장사해온 우리 기업들의 허약한 대응방식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문제는 금융권 인사가 얘기했던 ‘쓰나미’의 실체가 이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백년의 명성을 자랑했던 미국의 투자은행 두 곳이 무너지는 모습에 놀랄 여유도 없이 기업들은 이제야 그에 따른 파장에 대비하느라 법석을 떨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자금 수급에 이미 노란불이 켜진 상황이다. 대기업의 한 자금 담당자는 “자금시장 경색에 대처가 늦은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맞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10년 전 수많은 기업들을 퇴출시켰던 외환위기의 망령을 우리 기업들은 말로만 되새기고 있었다면 과언일까.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지금의 상황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행히 미국의 금융 불안이 진정돼 국내외 자금시장도 정상을 되찾는다면 국내 기업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잊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를 보는 눈, 시장의 흐름을 보는 눈이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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