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3대 거짓말과 평양의 유혹


흔히 처녀의 '시집 안 갈래요', 노인의'늙으면 죽어야지', 상인의 '밑지고 파는 겁니다'를 두고 3대 거짓말이라고 한다. 한반도에 살면서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일게 있다. 북한의 '남한과 더 이상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모처럼 열린 남북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됐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북한만 생각하면 야릇한 희망을 갖게 된다. 북한이 대화를 하자고 하면 혹시 이번에는 북한의 태도가 바뀌는 것일까, 우리가 이렇게 하면 북한이 변할까, 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우리의 잣대이고 눈높이일 뿐이다. 북한은 3대를 세습하는 동안 이미 자기 자신의 틀에 완전히 갇혀버렸다. 남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배려를 할 여유도 능력도 상실한 것이다. 北의 계속되는 양치기 소년 행동 북한과의 핵문제 협상에 올인했던 크리스 힐 전 미국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북한에 대한 씁쓸한 추억을 토로한다. 그는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고 부시 행정부와 미 의회에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 해제까지 적극 건의하며 북한의 변화를 자신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워싱턴에서 할 말을 잃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자 북한의 태도는 돌변했고 북한은 핵실험, 로켓 시험 발사 등으로 힐 차관보의 모든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인사는 북한에게 세 번씩 속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미 클린턴 행정부 시절 경수로 문제로 속았고,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9.19 공동 성명까지 발표했지만 속았는데 오바마 행정부까지 북한에게 당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너무 확고한 것이다. 미국도 3명의 대통령이 북한을 경험하며 어떠한 설득으로도 되돌리기 힘든 자신만의 확고한 대북관을 형성한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만든 6자 회담까지 거리를 두고 있다. 북한과 중국이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 이후에 줄기차게 6자회담 재개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마치 결혼할 것처럼 선을 보러 나왔다가 조금만 수틀려도 홱 돌아서는 북한의 마음을 더 이상 다독거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 대신 미 정치권은 한미관계를 최고의 상태로 만들고 미일관계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더 알찬 성과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쉬운 것은 중국의 태도이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주는 것 때문이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다면 중국이 좀 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사하는 사람이 개시부터 밑지고 판다는 말을 믿을 사람이 없는 것처럼 중국이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으로 인한 한국의 피해와 희생을 이해하고 애도한다고 해서 정말 북한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믿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중국이 겉으로라도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위상도 높였을 것이고, 한국이나 미국 모두 6자회담을 통한 대화 재개를 긍정적으로 고려했을 수도 있다. 물론 우리가 북한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철저히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 가진 것이 돈밖에 없는 부모처럼 북한을 너무 물질적으로 대했다. 무슨 짓을 하고 어떤 말을 해도 다 받아줄 부모처럼 행동했다. 그것이 북한을 사랑하고 우리 민족의 앞날을 위하는 길이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주변국들은 더욱 냉정해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더 이상 믿지 않고 중국의 눈에 한국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이다. 냉정한 대북 정책으로 선회해야 북한은 갖은 엄포와 위협 뒤에서 또다시 대화를 하자며 끊임없이 접근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북한의 요구에 응하면서 과거처럼 적극적인 구애를 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판단과 행동처럼 스스로에게 냉정하고 엄격해야 할 시점이다. 삼손은 델릴라의 유혹을 사랑으로 착각했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평양의 유혹은 우리에게 어떠한 최후를 가져다 줄 것인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