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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규복 생명보험협회 회장

"100세 시대 종신연금이 대안 특별 세제혜택 마련을"<br>개인연금 부족한 부분 뒷받침… 고령화시대 걸맞은 보험 필요<br>세수 감소분 보험업도 떠안아… 정부로부터 긍정적 언질 받아<br>시장 포화에 경쟁 갈수록 심화… 신상품 개발·해외 진출로 극복



"올해 생명보험협회 차원에서 종신연금을 활성화시킬 것입니다. 이미 정부에 종신연금에 특별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건의했고 긍정적인 언질을 받았습니다."

김규복(61)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보험이 필요하다"며 "100세 시대에 걸맞은 상품이 바로 종신연금"이라며 '종신보험 역할론'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지금 판매되고 있는 개인연금 상품들은 10~20년 불입했다가 만기가 되면 약정한 금액대로 받는 식인데 사실 5년에서 10년 정도 돈을 타면 죽을 때 됐다는 식의 상품이 많다"며 "이제는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연금이 뜰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이제 막 시장에서 싹이 움트고 있는 종신연금보험의 저변 확대를 위해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세제혜택을) 건의했고 반응도 좋았어요. 잘되면 연내 추진할 수 있을 겁니다.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이미 시작되고 있지만 이들이 노후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거든요. 국민연금이나 기업연금으로는 노후 안정이 부족합니다. 개인연금이 부족한 부분을 받쳐줘야 하는데 종신보험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보험 상품이 고객에게 유익하다고 해서 세제혜택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협회에서 종신연금에 세제혜택을 줄 경우 예상되는 세수 감소분을 따져봤는데 연간 1,800억원 정도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종신연금으로 구축되는 사회 안전망 보완 효과는 3조5,000억원이나 됩니다. 국가 재정이 해야 할 일을 생명보험 산업이 일부 떠안는 것인데 정부로서도 좋은 일 아닌가요. 이번만큼은 보험 쪽에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요즘 보험업계 전반에는 위기감이 무겁게 깔려 있다.

저출산 여파로 인구가 줄고 있다는 게 1차적인 원인이다. 더구나 이미 국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합할 경우 98%에 육박해 기존 상품 가입을 통한 외형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 여기에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영역구분도 점점 허물어져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농협이나 현대차그룹 등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신규 참여자도 많다. 남과 차별화된 제품을 갖추지 못한 보험사들로서는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현 시점을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 생명보험에 대한 신규 시장 창출은 어려울 수 있지만 고령화에 맞춘 연금이나 건강보험 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침체된 보험시장에 돌파구로 생각하는 맞춤형 상품은 연금과 사망보장이 결합된 상품이나 질병의 경과별로 차등화된 보험료 지급이 가능한 상품, 암 등 질병에 대한 보장기간을 종신까지 확대하는 상품과 같이 새로운 개념의 상품들이다. 김 회장은 "협회가 상품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가 있다면 풀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고금리의 저축성 보험 영업에 치중하는 것에 대해 김 회장은 "노후에 대비하기 위한 연금보험 및 저축성 보험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생보사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피력했다.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등 극히 일부 대형사만 해외로 발을 들여놓은 상황이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자웅을 겨룰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이미 국내 생보시장 규모는 세계 8위 수준"이라며 "그간 쌓은 전문적인 노하우만으로도 중국ㆍ태국ㆍ베트남 등지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니 사후 후대에까지 따라가는 게 보험이라지만 일반인들이 보험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보험설계사다. 그래서인지 김 회장은 보험설계사들의 판매 행태 때문에 보험사들이 도매금으로 비판 받고 있는 현실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일단 보험상품을 금융 소비자가 고를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국내 시장은 보험설계사가 강권하면 마지못해 가입하는 게 많아요. 그러다 보니 원하지도 않은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은 결국 몇 달 있다가 보험 상품을 해약하는데 막상 낸 돈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돈을 받고는 분노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보험에 대한 나쁜 감정이 싹트는 거죠."

결국 보험의 유통이나 판매 채널의 문제가 보험산업 이미지 저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보험설계사는 개인사업자로서 보험이나 보험업체와 일체시켜서는 안 된다"며 "불완전 판매가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보험의 이미지까지 훼손시키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시정 노력을 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공정거래위원회가 2001~2006년 생명보험사의 이율담합 사건에 대해 총 16개사에 총 1,18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최종 확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조심스럽게 이의를 제기했다. 현재 과징금을 부과 받은 대부분의 업체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금융감독당국이 행정 지도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대형 생보사를 대상으로 예정이율 및 공시이율과 관련한 점검을 하는데 통상 점검 후에는 대형사들에 특정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합니다. 그러면 대형사들은 감독당국의 주문을 따르고 뒤이어 중소형사들도 관행대로 대형사와 비슷한 조치를 내려 왔습니다. 그런데 공정위가 이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이를 문제 삼은 겁니다. 이 사건을 두고 마치 보험업계의 치명적 치부가 드러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담합이 아닐 가능성도 다분하거든요."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억울한 업계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들렸다. 과거 재무부 행정사무관으로 출발해 자금시장과장,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장 등을 거치며 공정위의 뿌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고위 관료 출신이기 때문일까. 물가감독당국으로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 공정위에 대한 불편한 기색도 언뜻 비쳤다. 김 회장은 "이번 일로 보험사들 간에도 서로 상대를 헐뜯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보험사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업계 추산 지난 2010년 보험사기로 적발된 규모만 3,500억원에 이를 정도. 김 회장은 "현재 보험사기는 형법상 사기죄에 의해 처벌 받고 있고 보험업법상 보험사기행위를 금지하는 선언적인 조항만 있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처벌 방식을 명시하고 일반 사기범죄와 구별해 처벌을 강화한다면 보험사기 행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생보협회는 보험 업무 종사자의 보험사기행위시 처벌규정 등 관련규정 신설을 금융감독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보험계약자와 수십년, 길게는 종신토록 계약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생명보험산업의 성격상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신뢰관계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일까. 김 회장은 인터뷰 내내 보험 찬가를 불렀다.

그는 보험 산업이 개인은 물론 가계, 국가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보험을 가입하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좋다"며 "특히 보험료는 산업자본으로 투입돼 나라 경제에도 보탬이 되는데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의 보험관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 상에 있다.

"생명보험은 생명존중 사상을 바탕으로 해서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소득도 보장하고 생활안정, 특히 노후생활 안정에 기여하며 노후 준비에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어요. 나가서 생명, 사후까지도 보장해줍니다. 보험 종사자들은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소비자들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엘리트 코스 거친 관료출신… 금융 이론·실무 모두 해박… 추진력 뛰어난 '열혈 청년'

■ 김규복 회장은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관료 출신이다.

경기고와 서울 법대를 나와 행정대학원 재학 시절인 지난 1974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경제관료로서 1982년 미국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을 만큼 학구적인 면모도 갖췄다.

재정경제원 시절 증권제도담당관ㆍ금융정책과장을 지냈으며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2004년 기획관리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3년간 활동했다. 금융 분야에서 공직 경력을 쌓은 만큼 금융업의 이론과 실무 관련 지식이 해박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김 회장을 아는 이들은 그가 매우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는 일을 수동적으로 하기보다 미리 알아서 챙기는 스타일이다. 워낙 의욕적인 일벌레라 아랫사람들이 적응하기 만만치 않을 정도라는 얘기도 들린다.

김 회장의 탱크 같은 추진력을 보여주는 일화 하나. 2005년 신보 이사장에 취임할 당시 얘기다. 당시 취임식도 하지 않고 곧바로 신보 개혁작업에 착수해 한 달 만에 혁신방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또 지역 중소기업인들에게 바뀐 보증제도를 설득하기 위해 전국을 네 번이나 순회했다는 에피소드는 아직도 신보에서 회자되고 있다.

김 회장은 인터뷰 때도 스스로를 '열혈 청년'이라고 소개했다. 맡은 일에 열정을 갖고 만사 긍정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것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도 와일드한 축구다. 사실 그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 대표선수를 도맡아 할 정도로 축구 마니아였다. 경제 관료 시절이던 2002~2004년에는 재경부 축구부 회장도 맡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2008년 신보 재직 당시 축구 시합에서 풀타임으로 뛰다 다리 인대가 끊어져 지금은 축구를 접었다고 한다. 아침마다 헬스클럽을 찾으며 날이 좋으면 골프도 즐긴다.

◇약력

▦1951년 경남 김해 ▦1969년 경기고 졸업 ▦1973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74년 제15회 행정고시 합격 ▦1975~1987년 재무부 행정 사무관 ▦1987~1989년 대통령 경제비서실 행정관 ▦1994~1997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장 ▦2001~2002년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2003~2004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2004~2005년 한국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 ▦2005~2008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2009~2011 세계미래포럼 대표 ▦2011~ 생명보험협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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