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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생명 이색 등산동호인모임「거풍회」/“맨몸으로 자연을 느껴요”
입력1997-06-04 00:00:00
수정
1997.06.04 00:00:00
이종석 기자
◎매주 북한산 야간등반후 하산땐 전원 하의 벗고 물웅덩이서 목욕후 귀가동아생명에는 아죽 독특한 동호인모임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거풍회.
매주 목요일 저녁 6시반이면 어김없이 본사를 출발, 북한산에 오르는 야간 등산족들의 모임이다.
거풍회가 눈길을 끄는 것은 등산방법이 꽤나 독특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산에 오르는 과정은 다른 등반모임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하산하는 과정은 다소 황당하게 진행된다. 참가자가 모두 하의를 벗고 아랫도리를 드러낸 채 산길을 내려오는 것이다.
6시반 본사를 출발해 구기동 북한산자락에 도착한 거풍회원들은 대남문을 거쳐 저녁 9시쯤이면 대성문에 도착한다. 여기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은 뒤 모두 하의를 벗고 등산화와 상의만 착용한 채 하산길에 나선다.
보국문을 거쳐 밤 10시쯤 정릉언저리에 도착하면 회원들이 「거풍탕」이라고 이름지은 물웅덩이가 나오고 여기서 함께 목욕을 한 후 옷을 갈아 입고 귀가하는 것으로 등반은 마무리된다.
거풍에 대해 국어사전은 「밀폐된 곳에 놓아 두었던 물건에 바람을 쏘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햇볕 좋은 날 선비들이 방구석에 쌓아 놓은 책을 꺼내 말리던데서 유래한 용어라는 설명.
결국 거풍회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무엇인가를 꺼내놓고 등산하는 모임을 뜻한다. 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거풍회 총무를 맡고 있는 홍태표 과장(재무관리부)은 『지난 93년 모임이 만들어진 이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목요일 등반을 계속해오고 있다』며 『거풍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하산하는 것이 철칙』이라고 밝혔다.
『한번 해보세요.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묘미를 모릅니다. 집사람들도 좋아하구요』
등반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거풍회원들은 똑같이 이렇게들 답했다.<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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