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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A구청은 공원 조성을 위한 토지수용 과정에서 해당 토지를 자연녹지지역으로 평가해 토지소유자에게 50억원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토지는 애초 주거지역이었으나 1997년 자연녹지로 용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토지소유자들은 자연녹지로의 용도변경은 공원조성을 목적으로 한 것이므로 수용보상금은 용도변경 이전의 주거지역을 기준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토지소유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보상금을 118억원으로 증액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해당 구청은 항소와 상고를 이어갔지만 대법원은 1심처럼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로 토지소유자들은 지연 이자를 포함해 총 190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당시 판결은 헌법상 재산권 보호와 정당보상 원칙에 따라 용도변경 전 실제 사용현황에 따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법조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토지소유자들을 대리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책정한 보상금보다 4배나 많은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한 법무법인(로펌)은 산하다. 산하는 지난 2001년 참여연대·녹색연합 등 시민·환경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31기 사법연수생들이 비리정치인 낙천낙선운동을 추진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손잡고 2002년에 설립한 부동산·건설 전문 로펌이다.
산하는 현재 변호사 15명과 직원 20명의 비교적 작은 로펌이지만 다른 로펌으로부터 합병 제의를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부동산·건설 분야의 강자로 손꼽힌다. 팀 구성도 부동산·건설 전문 로펌답게 아파트 개발사업(재건축, 재개발)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비사업팀과 아파트가 지어진 뒤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 관리·하자팀, 건설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회사·시행사·설계회사·아파트 관리회사 등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법무팀 등 3개의 팀으로 짜여 있다.
국토해양부 주택정비과 외부 전문위원과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는 안광순 대표변호사와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 서울시 공동주택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오민석 변호사가 이들 팀을 지휘하고 있다.
건설사업은 막대한 사업비 투자와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사업중단과 지연에 따른 피해도 막대하다. 때문에 부동산·건설 전문변호사는 인허가와 사업절차의 진행에 있어 철저하게 준비해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신속한 사업진행으로 사업비에 대한 금융비용을 최소한으로 관리하는 게 사업 성패의 열쇠인 만큼 소송에서는 적시에 판결을 받아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부동산·건설 분야 변호사들은 패소에 대한 부담감이 매우 크다.
하지만 산하는 이러한 어려움을 전문성과 네트워크, 현장 밀착성으로 이겨내고 관련분야 최고의 로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산하는 설계사와 감정평가사, 건설사, 정비사업관리업체, 주택관리사, 하자진단업체 등 건설사업에 관여하는 20~30개 업종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문적 지식을 체득하고 있다. 아울러 의뢰인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수많은 조합의 조합원총회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총회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산하는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재건축사업에서 사업비가 20% 이상 늘어날 경우 조합의 총회결의보다 가중된 의결정족수에 따른 재건축변경결의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판례를 비롯해 의미 있는 판결을 잇달아 이끌어 냈다.
산하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정비사업조합 소송은 100건을 넘고 이미 종결된 사건까지 더하면 300여 건에 이른다. 아파트 하자소송도 현재 150여 건을 진행하고 있으며 종결사건을 포함하면 350건을 다뤘다. 안 대표는 "유사 사건을 무한 반복하며 파생된 사건의 새로운 법리를 개발해 나가다 보니 전문성은 자연히 체득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입주민과 조합원 등 다수의 당사자를 상대해야 하는 산하는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내부 소통 강화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하의 또 다른 특징은 전관 출신 변호사가 없다는 점이다. 구성원 변호사 모두가 판검사로 재직한 경험이 없는 순수 재야변호사로 구성돼 있다.
안 대표는 "로펌 설립 초기에는 전관 출신이 없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성과 실력으로 인정을 받았다"며 "전문로펌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현시점에서는 산하의 지향점이 같다면 전관 출신 변호사들도 영입해 구성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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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순 대표변호사, "서비스분야 확대해 종합로펌 거듭날 것" 박성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