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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무위자연과 한국경제

세계에서 가장 큰 프랜차이즈 업체인 맥도널드는 전세계 어디서나 「같다」는 것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예를 든다면 이런 식이다.「조리하기전 햄버거 패티(PATTY·빵 사이의 내용물)의 지름은 9.84CM에 무게는 45.36그램, 빵의 지름은 8.89CM, 양파 7.08그램, 프랜치 프라이(감자튀김)에 쓰이는 감자의 두께 0.28CM, 고기의 지방함유량 19%, 고기를 구울때 석쇠위에는 가로 세로 각각 6개씩의 패티를 얹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표준화다. 맥도널드의 주력상품인 빅맥의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물가를 비교하는 「백맥지수」는 이같은 엄격한 표준화의 결과다. 전세계 어디서나 같은 모양, 같은 크기, 같은 맛을 추구하는 맥도널드의 이같은 전략을 「맥도널드화」(MCDONALDIZATION)라고 부른다. 맥도널드화는 표준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식품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인식돼온 효율성, 계량화, 표준화를 성공시키면서 경쟁력을 확보했고, 세계적인 식품업체로 성장했다. 지금 우리 기업들이 정부를 비롯해 학계, 시민단체 등으로 부터 거세게 요구받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는 경영의 맥도널드화다. 국제적으로 마련된 기준(표준)을 지켜야 하고, 이것을 갖출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요구와 압력에 대해 「한국적 가치와 경영환경」을 들어 가졌던 우리 기업들의 부정적 인식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불만은 여전하다. 가장 큰 불만의 대상은 기준과 표준을 요구하는 쪽이다. 즉, 기업의 비표준화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측의 잣대가 비표준화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심경의 단적인 표현이 얼마전 전경련 부설 자유기업센터의 보고서(지식인과 한국경제)다. 글로벌 스탠다드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자본주의와 기업주의. 하지만 「지식인」들은 이같은 기본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기업에 대해서는 표준을 요구한다는게 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학자, 운동가, 관료들의 강연과 기고문 등을 현안별로 분석할 결과 이들의 지식체계가 반자본주의적, 반기업적, 반자유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 주장에 거론된 사람들 역시 강한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그렇다해도 국내 기업(기업인)들이 「한국적 경영」을 비판하고, 국제표준을 강조하는 쪽을 향해 「자신부터 글로벌 스탠다드를」이라고 외치는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이 문제의 해결은 우리기업의 제대로된 가치 정립, 경쟁력확보, 기업인에 대한 인식 등을 위해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우리기업의 맥도널드화는 어떤 모양에 크기와 맛을 가져야하는지를 정하는 노력이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는 것보다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섰거나 경쟁관계의 국가에서 이같은 기본적인 문제로 논쟁하고, 비난하고, 갈등하는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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