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하는 대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낸 반면 플라스틱 2차 가공업체들은 3분의 1 이상이 회사 문을 닫은 실정입니다.”(조봉현 프라스틱연합회장) “회사가 설립된 후 30년 동안 흑자를 냈는데 지난 7월부터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지 모릅니다.”(계면활성제 제조업체인 D상사 사장)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고는 있지만 배럴당 60달러 선을 맴도는 고공행진을 거듭, 화학·의복·섬유업종 등을 중심으로 중소기업들이 도산위기에 처하는 등 극심한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7,000여개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의 경우 고유가에 따른 원료가격 폭등으로 벼랑에 내몰리고 있지만 한화, 호남석유, SK 등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처지여서 제대로 큰 소리도 못 내는 형편이다. 조봉현 프라스틱연합회 회장은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국제유가 인상을 이유로 지난해 원료가격을 60%나 올렸으며 올 들어서도 10% 이상 가격이 인상됐고 앞으로 더 올릴지 모르겠다"면서 "원자재가격 예고제 도입,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수시연동계약 체결,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에 대한 할당관세적용 등특 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업용 도료를 중국에 수출하는 S사는 지난해 하반기 유가 상승으로 올 상반기 원부재료 비용이 지난해 보다 20% 정도 상승했지만 수출가격에는 10%밖에 반영하지 못했다. 김 모 사장은 "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부담이 10월부터 본격화되면 수출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생산비용 감축을 위해 2~3년 안에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자동차와 드럼세탁기에 들어가는 고무부품을 생산하는 D사는 원료인 EPDM(합성고무)가 유가와 직결돼 자구책 마련이 한창이다. 임모사장은 "본격적인 원자재값 상승에 대비해 불량률 최소화, 물류수송비 절감 등 원가절감을 위해 전사적으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산업도 고유가 파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구에서 섬유업을 하는 박모사장은 "화학섬유사와 직물은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업체들이 줄도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소형가전을 생산하는 R사 해외 마케팅팀장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아직 가시화 되지는 않았지만 주요 수출국 바이어들이 고유가를 이유로 물량을 줄일 경우 수출에 타격을 입을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고유가로 인한 피해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73년과 79년 1·2차 석유파동으로 중소제조업체가 각각 741개, 961개 감소한 반면 대기업은 73년 86개 증가했고 79년에는 20개 감소하는데 그쳤다. 유화원료를 사용하는 플라스틱가공업종은 원재료가격이 50% 이상 상승했지만 이를 제품가격에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원재료 비중이 큰 섬유업종, 에너지 다소비업종인 제지업계 등도 타격이 크다. 고유가가 원자재가에 본격 반영되는 10월 이후에는 피해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앞으로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하이테크형 기술혁신기업을 육성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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