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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 전하고 싶다" 수상소감 대신 아리랑 불러

젊은 비평가상 등 비공식 3관왕 유럽 관객들 표 구하기 대란도<br>"한국선 그에게 해준것이 없다" 국내 영화계 자성의 목소리도

베니스 리도섬에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살라그란데 극장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가 황금사자장(최고상) 수상의 영예를 안자 시상대에 올라 수상소감 대신 아리랑을 불렀다. 지난해 영화 '아리랑'으로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타면서도 그는 이 노래를 불렀다.

그는 "아리랑은 내가 지난 4년간의 나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씻김굿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더불어 아리랑을 부른 것은 세계인들에게 영화 피에타의 메시지와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수상소감 대신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에서 최고상을 처음으로 받았다. 한국영화계는 피에타의 수상소식에 대해 "한국영화 100년사에 최대 쾌거"라며 축하인사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국내 영화계의 '큰 어른'으로 존경 받는 김동호(75) 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 100년사에 최대 쾌거다. 활기를 되찾고 있는 한국영화에 힘찬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줬으면 한다"며 김 감독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제작자인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한국에서 유독 비주류 아웃사이더였던 그의 오늘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며 축하인사를 남겼다. '푸른소금' 등을 연출한 이현승 감독은 트위터에 "김기덕의 수상은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 부끄럽다"며 "사실 한국영화계가 그에게 해준 것이 없다. 그의 제작비의 대부분은 자신의 돈과 해외판매 수익으로 충당된 것이다. 한국영화계가 키워낸 감독이 아니라 한국 밖의 관객과 영화인이 키운 감독"이라는 자성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당초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수상은 그 어느 때보다 유력했다. 미국의 영화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3일 피에타의 베니스 현지언론 시사회 이후 영화 분석기사에서 "관객들은 (영화의) 폭력 대부분에 눈을 계속 감고 싶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감동적인 한국영화"라고 소개하면서 "인상 깊은 결말은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상을 건넬 때 기억할 만한 장면일 것"이라고 평했다. 로이터통신은 4일 "잔인하고 아름다운 한국영화 피에타가 베니스를 뒤흔들다"라는 기사를 통해 "두 인물을 하나로 흡입시키며 엄청난 몰입과 압도할 만한 긴장감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또 "베니스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피에타의 공식 상영을 관람하기 위해 유럽 관객들 사이에 표 대란이 빚어졌다. 이는 이 작품이 황금사자상을 예측하게 하는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8일에는 이탈리아 젊은 관객들이 주는 '젊은 비평가상'을 비롯해 '골든 마우스상'과 '나자레노 타테이상'을 받으며 비공식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2000년 '섬'과 2001년 '수취인불명'을 잇따라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시키며 김 감독을 세계에 알렸던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의 복귀도 김 감독의 수상에 한몫했다.

부산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인 전찬일 평론가는 김 감독의 수상을 놓고 "시기적으로 여러 요소가 딱 맞아 떨어진 결과"라며 "이탈리아 현지에서 김 감독의 인기는 대단하다. 거기에 베니스와 김 감독의 각별한 인연도 있다. 또한 김 감독의 피에타는 독특한 김 감독의 영화 색깔에 성숙한 면을 많이 보여준 영화여서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한국영화의 세계 3대 영화제 벽이 허물어진 것과 다름없다. 베니스에 이어 칸과 베를린에서도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며 "황금사자상 수상은 김기덕 개인적으로는 축하할 일이고 한국영화 전체로는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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