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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부혁신, 유종의 미 거두려면

과거 어느 정부도 지금의 참여정부처럼 정부 혁신을 이토록 지속적으로 추진한 적이 없었다. YS정부ㆍDJ정부에서도 정부 혁신이 추진됐지만 정권 초기 일부 정부 부처의 통폐합 등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당시 대대적으로 떠들어댔던 그 개혁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아 다시 개혁의 대상이 됐다. 지난 1995년 YS정부가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쳐 만들어낸 재정경제원이라는 공룡부처는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낙인찍혔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DJ정부가 만들어낸 재정경제부ㆍ금융감독위원회ㆍ금융감독원 이라는 3원화된 금융감독시스템은 2003년의 신용카드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목받았을 뿐 아니라 세간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개혁돼야 할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거론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정부 혁신은 어떠했는가.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아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과거와 같은 정치 이벤트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정부 혁신을 추진해온 점, 그리고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조직적으로 혁신을 추진해온 점은 그야말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능력 있는 정부, 지방 분권, 투명하고 개방적인 행정 체제의 확립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 혁신을 ‘대통령 어젠다’로 격상시켰고 각종 로드맵들을 생산해냈다. 고위공무원단 도입과 같은 인사시스템 개혁, 일부 정부 부처의 기능 조정, 재정관리시스템 개혁, 그리고 정보시스템 구축 등과 같은 제도 및 하드웨어뿐 아니라 평가시스템 구축, 공무원의 혁신 마인드 고양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혁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또한 정부 혁신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대통령비서실에 혁신비서관이라는 직책을 만들었고 거의 매주 대통령의 참석하에 혁신에 관한 보고와 토론을 진행했다. 참여정부의 임기가 9부능선을 넘어선 지금도 정부 혁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야말로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해온 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과 수고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정부 혁신 중 상당 부분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혁신의 대상이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참여정부에서 이뤄진 공무원 조직과 인력의 비대화다.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든다는 명분하에 지금까지 국가직만 6만여명에 가까운 공무원 증원이 이뤄졌다. 세계 각국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공 부문의 조직과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역주행을 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역방향의 정부 혁신이 과연 성과가 있었느냐는 점인데 대규모의 공무원 증원에도 불구하고 국민에 대한 서비스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사람이 늘어 규제도 늘어간다는 얘기만 있다.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궤변이며 결국 차기 정부와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만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참여정부 정부 혁신의 또 다른 문제는 이른바 ‘과잉 혁신’의 문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혁신은 꼭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이뤄져야 그 효과가 있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혁신은 너무나도 많은 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이른바 백화점식 혁신이 되고 말았다. 거기에는 필요한 혁신, 필요 없는 혁신, 해서는 안되는 혁신도 뒤섞여 있다. 이런 과잉 혁신의 유산을 차기 정부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는 참여정부는 더 이상 일을 벌리지 말고 그간 추진해온 혁신 과제들이 성공적으로 정착됐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잘못된 혁신은 없는지를 평가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고칠 것을 고쳐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참여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마지막 혁신 과제이며 이 작업을 훌륭히 마무리하는 것만이 참여정부가 그동안 모든 역량을 기울여 추진해온 정부 혁신을 차기 정부에 훌륭한 유산으로 남기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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