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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전쟁, 그곳에 아이들이…

영화 '거북이도 난다'



전쟁통엔 어린이가 가장 불쌍하다. 어른들의 싸움에 학교도 가지 못하고 팔다리가 잘려나간다. 폭탄과 미사일에 죽어나간 부모를 대신에 아이들은 원치 않는 어른이 된다. 때로는 이념으로, 때로는 민족으로, 때로는 종교로 이리 갈리고 저리 찢어진 어른들 앞에서 아이들은 그 비극을 고스란히 자기 몸으로 이겨내야만 한다. 22일 개봉하는 ‘거북이도 난다’는 그런 영화다. 전쟁을 코 앞에 둔 이라크 국경지역의 아이들 눈에 카메라를 맞춘다. 실제 이란계 쿠르드족인 영화감독 바흐만 고바디는 어린 아이들을 내세워 전쟁의 끔찍한 현실과 매스미디어의 난폭함을 드러낸다. 흔하디 흔한 전쟁영화에서 그려지는 군인들의 영웅담이나 멋진 액션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이 영화는 조용히 읊조린다. 전쟁은 원래 비참한 것이기 때문이다. ‘위성’이라는 소년이 있다. 어린애답지 않은 사업수완으로 아이들을 시켜 지뢰를 캐내 팔고 미국 뉴스를 볼 수 있는 위성장치를 달아준다. ‘위성’은 전쟁통에 팔이 잘려나간 소년 ‘헹가’의 여동생 ‘아그린’을 보고 첫 눈에 반한다. 위성은 아그린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슨 일이든 나서 도와준다. 하지만 아그린은 군인들에게 겁탈당하고 아이까지 낳은 악몽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다. 미국 TV에선 계속 부시와 후세인이 나오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듣진 못한다. 웅장한 음악이나 슬로우 모션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내내 관객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건 아그린의 텅 빈 눈망울이다. 처참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스럽기만 한 아이들이지만 영화는 이들의 비극을 결코 비켜나가지 않는다. 아그린이 낳은 눈 먼 아들은 전쟁의 현실을 상징한다. 사는 게 힘들어 이 아이를 버리려는 아그린을 탓하지는 못한다. 아이를 버려야 할 수밖에 없는 전쟁의 상처는 너무 크기만 하다. 천진난만하게 하루하루를 꾸려가는 아이들 앞엔 민족도, 정치도 아무 것도 아닌 게 된다. 위성은 미국의 TV뉴스를 봐야 하고, 미국이 지상 낙원이라 말하지만 그런 믿음의 허황됨보다 그렇게나마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더 비참할 뿐이다. 우리가 외신으로 바라본 이라크의 현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가를 영화는 생생히 보여준다. 이게 바로 영상이 갖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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