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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양새 좋지 않은 고위공무원 일괄 사표

신년벽두부터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말 국무총리 산하 1급 실장급 10명 전원이 일괄 사퇴한 후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벌써부터 부처마다 후속인사 하마평이 나돌 정도다. 중앙부처의 한 장관은 2일 "부처별로 1급 공무원의 일괄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대규모 인사설에 힘을 보탰다.

국정의 사령탑인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인사를 쇄신해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활력을 불어넣겠다면 탓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명분이 뛰어나도 법의 한계 수준을 넘으려면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게 순서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으며 정무직인 장·차관을 제외한 일반직·별정직 공무원들은 이 법의 보호를 받는다. 1급 공무원들에게 일괄사표를 받을 만큼 국정수행에 문제가 있었다면 장·차관에 대한 문책이 먼저다. 그게 순리이거니와 합법적이다.

지나온 역사에서도 고위공직자 일괄사표는 좋은 결과를 낸 적이 없다. 유신시절 서정쇄신이나 5공의 숙정 분위기에서 단행된 일괄사표는 세월이 흐른 후 무효소송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노무현과 이명박 정권에서 진행된 2003년과 2008년 1급 공무원 일괄사표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물론 장관이 새로 임명되면 해당 중앙부처의 1급들이 사표를 내는 게 관례다. 정권이 새로 출범할 때도 그렇다. 하지만 이는 요식행위일 뿐 실행된 적이 없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는 출범할 때 1급 공무원들의 형식적인 사표조차 받지 않았었다. 비정상의 정상화, 비상식의 상식화로 출발했던 정부가 이번만큼은 거꾸로 가고 있다.

1급 공무원은 공무원의 꽃이라지만 저항할 능력이 없다. 노조도 뒤에 없고 장·차관이나 공공기관장 발탁을 앞두고 있기에 사표를 쓰라면 쓰고 나가라면 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건드리기 쉽다고 고위공직자들을 이렇게 흔들면 정치권력에 기대려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 구태와 전철을 왜 답습하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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