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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강력한 세무조사' 의지를 밝혔던 국세청이 3개월 만에 세무조사 기간을 크게 단축하고 조사대상도 줄이는 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재계는 물론 정치권 등에서조차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잇따라 제기하자 조사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규제완화나 투자활성화 방안을 만든 반면 검찰이나 국세청의 서슬은 너무 퍼??? 정부 내에서의 엇박자 시그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물론 "소득이 있고 세금을 탈루할 우려가 있는 곳에 대해서는 꼼꼼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의무"라면서 "다만 일각의 우려대로 최근 일련의 세무조사가 과도한 세정행위로 비쳐질 수 있어서 강도를 좀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불안심리 달래라…세무조사 대상 줄이고 기간도 단축=국세청은 우선 세무조사 대상을 축소했다. 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은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기업의) 목소리가 (조사건수 축소를) 결정하게 된 배경"이라고 전했다. 국세청은 올해 초 1만9,000여건의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무조사 대상을 1,000건가량 줄여 1만8,000여건으로 수정했다. 업황이 좋지 않은 건설ㆍ조선ㆍ해운업종 등은 물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이 대상이다.
매출액 500억원 이상 대법인에 대한 조사비율은 목표치(20%)보다 줄여 17~18% 수준을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법인 수가 5,800여곳인 것을 감안하면 조사대상이 당초 1,160여건에서 1,000여건으로 감소한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조사비율인 16%보다는 늘었다. 김 국장은 "이번에 조사건수를 줄인 비율은 대부분 500억원 미만 법인에 대해서 줄였다"면서 "올해 전체 조사비율은 당초 계획보다는 낮지만 평년 수준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조사 기간도 최대 35% 단축한다. 이렇게 되면 외형 10조원 이상 기업의 경우 최장 170일이던 세무조사 기간이 110일로 줄어든다. 조사기간을 늘리는 것 역시 최소한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역외탈세 등 4대 분야는 엄정 조사=세무조사 기조를 다소 완화하기는 하지만 역외탈세, 고소득 자영업자, 세법·경제질서 문란자, 대기업·대자산가 등 4대 분야에 대해서는 당초 방침을 유지한다. 세수확보 차원도 있지만 탈루행위가 빈번한 곳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 관심이 큰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가능성에 대해서 열려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국장은 "특정인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사항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국세청이 할 일은 하고 있으며, 특히 4대 분야는 조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4~5년에 한번씩 정기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계열사 76개), SK(81개), 현대차(57개), LG(62개), 포스코(52개) 등 소위 대기업으로 불리는 법인에 대해서는 순환조사 원칙을 유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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