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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콘텐츠가 우선돼야 합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소통과 공감(共感)의 키워드로 '콘텐츠'를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ㆍ포춘 라운드 테이블'의 첫 강연자로 나서 대표적 경제관료답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를 풀어갔다.
윤 전 장관이 말한 소통의 키워드인 콘텐츠는 바로 '일'이다. 세대 간, 계층 간 소통도 제대로 된 콘텐츠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윤 전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일을 똑바로 하면 그것이 소통"이라며 "정치ㆍ경제를 중심축에 두고 사회ㆍ문화ㆍ국민의식 등이 바로 이뤄져야 제대로 된 소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전 장관은 올해 두 번의 선택(4월 총선, 12월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가 복지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요즘 성장을 말하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본다"며 "성장담론이 실종된 것이 통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장관은 이어 "(선거공약으로) 앞으로 20일간 우리 국민들은 복지천국에 살겠지만 성장 없는 복지는 헛된 망상일 뿐"이라며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K팝ㆍ한류에서부터 핵안보정상회의까지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전 장관은 성장의 궁극적 목표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인 만큼 복지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복지확충이 막연한 퍼주기식 복지가 아닌 일자리 창출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복지확충의 기본은 더 많고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강연에서 윤 전 장관은 주룽지(朱鎔基) 전 중국 총리가 세번 죽을 각오로 경제개혁을 했다고 언급한 뒤 "왜곡된 대학교육을 이러한 각오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등록금을 반값으로 해주는 것에 앞서 매년 고졸은 15만명인데 대학 졸업생은 55만명이나 쏟아지는 이 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전 장관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갈 게 아니라 고졸이라도 사회적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한편 대학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구도 미래의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윤 전 장관은 "인구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며 "저출산ㆍ노령화ㆍ이민정책ㆍ다문화사회 등 이러한 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인구청과 같은 별도의 대통령직속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윤 전 장관의 강의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서울경제ㆍ포춘 라운드 테이블은 '시대와 공감, 미래와 조우'라는 주제로 우리 시대의 구루와 스타아이콘을 강사로 초청, 한국 사회의 소통을 다시 생각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1기 라운드 테이블은 문학ㆍ철학ㆍ사학 등 다양한 인문학 강연을 바탕으로 세대 간, 계층 간 공감을 이뤄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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