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23일 이러한 규정을 운영해온 모 고등학교에 휴대폰 사용제한이 헌법이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 해당 학교장에게 제한을 완화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해당 고등학교는 전교생 300여 명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는 휴대전화 관리 방침에 따라 매주 월요일 오전 학생들로부터 휴대전화를 일괄 제출받아 보관하고 금요일 수업이 모두 종료되는 오후 4시 40분에 돌려줬다. 학교는 이를 어긴 학생에게 벌점 10점을 부여하고 1개월간 압수하는 등 강력한 벌칙 규정도 운영했다. 실제 지난해 1∼10월 총 107명의 학생이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아 압수당하고 벌점을 받았다.
그런데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A군이 지난해 학교 측의 방침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학교의 휴대전화 사용 제한이 지나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것.
A군은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통화는 어린 나이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겪는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이 되는데 학교 측이 과도하게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오전 6시 30분 기상해 공부하고 오후 11시 취침하는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소지할 이유도 없다”며 “학생들이 외부와 전화해야 할 때에는 교내에 설치된 공중전화와 일반전화를 쓸 수 있어 제한이 과하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4명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기숙사 특성상 늦게까지 휴대전화를 쓰면 다른 학생들의 수면과 다음날 수업까지 방해해 제한이 불가피하고, 제한 규칙이 학부모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교 측 주장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학생들의 사용을 제한해 얻는 공익보다 장시간 휴대전화를 쓰지 못해 생기는 학생들의 권리와 자유 제한이 더 크다고 보고 이 규정을 완화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학교가 생활규정 등을 마련해 운영하는 것은 가능한 한 존중해야 하지만,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가 재량권을 넘어 지나치게 되면 인권 침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측이 면학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휴대전화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휴대전화를 전혀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하고 효과적인 수단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특히 학교 측 반박에 대해 “300명의 학생이 빡빡한 일과 중 짧은 휴식시간에 2대의 공중전화로 일상적인 통화를 하기는 곤란하고, 교사에게 일반전화 사용을 요청하는 것 역시 사생활인 통화 사유를 말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학생 휴대전화 소지에 관한 학교별 규칙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10월 기준으로 소지를 허용하는 초등학교가 35.7%, 중학교가 4.4%, 고등학교가 25.6%였다.
소지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는 초등학교가 5.6%, 중학교 10%, 고등학교 9.2%였으며 아침에 거둬가 수업 종료 후 돌려주는 경우는 초등학교 58.7%, 중학교 85.6%, 고등학교 65.2%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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