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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정책 ‘공세형’ 전환 신호탄/「WTO에 미 제소」 의미
입력1997-07-11 00:00:00
수정
1997.07.11 00:00:00
이세정 기자
◎철회보다 반덤핑제 운영상문제점 개선 요구/WTO내 미 비중 등 감안 관철여부는 미지수지난 95년 1월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이후 미국은 그동안 33번이나 다른 나라로부터 WTO협정을 위배하고 있다고 제소당했다. WTO회원국중 가장 많이 제소당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그러나 10일 한국의 제소는 지금까지 미국이 당해온 제소와는 성격이 다소 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개별 상품에 대한 덤핑판정의 부당성을 다퉈왔던 그동안의 제소와 달리 이번 제소는 미국의 반덤핑제도중 우회덤핑, 미소마진 적용 등이 WTO협정에 위배된다며 미국의 반덤핑제도 개선을 정면으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이 사상 처음 외국정부의 불공정 무역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하면서 가장 덩치가 큰 미국을 상대로, 그것도 미국의 핵심적인 무역보호조치의 근본적인 부당성을 지목하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주요 제소이유로 제시한 우회덤핑 부분은 WTO 출범 당시 회원국들의 합의가 이끌어지지 않아 애매하게 덮어진 상태에서 현재까지 우회덤핑 규범 제정을 위한 협상이 전개되고 있는 문제다.
미국이 WTO협정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반덤핑제도, 특히 우회덤핑관련 규정이 한국의 제소에 의해 국제법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한국의 제소에 대해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제소 대상은 컬러TV다. 지난 91년이후 한국산 컬러TV의 대미수출이 중단돼 미국의 산업피해가 전혀 없는데도 지난 84년 내린 반덤핑조치를 아직까지 철회하지 않고 있는 것은 WTO협정 위배라는게 우리 입장이다. 특히 삼성전자 컬러TV의 경우 지난 8691년새 미상무부 조사결과 덤핑마진이 0.5%미만이라는 미소마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반덤핑조치를 당하고 있다.
미국은 또 우리나라가 그동안 수차례 재심신청을 했으나 이를 무시하다가 급기야 지난해 1월부터 멕시코와 태국을 통한 우회덤핑부분을 조사해야겠다며 우회덤핑조사가 끝날때까지 덤핑철회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우회덤핑, 미소마진 등 미국 반덤핑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정면으로 지목, WTO에 제소하게 된 것이라고 통산부는 설명했다.
오강현 통산부 통상무역실장은 『이번 제소의 목적은 덤핑부과 자체의 철회보다 미국의 우회덤핑, 미소마진, 판정절차 지연 등 반덤핑제도의 운영상 문제를 개선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소에 대해 미국은 앞으로 10일이내 한국정부와 협의해야 하며 향후 60일동안 진행될 양자협의에서 이렇다 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WTO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 설치를 요구하게 된다. 이후 패널에서는 69개월간 조사한후 보고서를 만들게 되며 WTO의 분쟁해결기구에서 이 보고서를 정식 채택할 경우 양국은 보고서 권고에 따를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로서는 최대 교역상대국인 미국을 논리나 규정만으로 밀어부치기 쉽지않은 입장이다. 또 WTO내에서 미국의 비중을 감안할때 WTO 패널에서 민감한 문제인 우회덤핑부분은 아예 논의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적지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정부는 이번 제소에 이어 미국의 D램 반덤핑조치, 캐나다의 유정용 강관 반덤핑조치에 대해서도 이달중 WTO에 제소할 방침이다. 정부의 통상정책이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점차 공세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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