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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를 넘어라] <1부> 기로에 선 경제 ③ 혈관 막힌 글로벌 시장

은행·기업 "내코가 석자" 리스크 관리 급급… 돈이 안 돈다<br>중앙은행들 무더기로 돈 풀고 美 3차양적완화설 불거지지만<br>은행은 대출 죄며 건전성 확보… 기업도 투자 않고 현금 쌓기만<br>각국 유동성 함정에 발목 잡혀 경기회복 전망 갈수록 불투명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의 터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아야 하고 세계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가라앉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17개 국가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유로존은 해법을 두고 여전히 분열돼 있으며 미국은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정치권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만 의존해 외발자전거처럼 위태롭게 겨우 지탱하는 형국이다.

이미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공급, 금리인하 등 각 중앙은행들은 위기 타개를 위한 수많은 정책을 실시해왔다. 문제는 통화정책이 근본적인 위기의 타개책이 될 수 없고 더 이상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에 효과가 미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는 것. 금융위기를 경험한 은행들은 중앙은행에서 수혈 받은 돈을 대출 대신 재무건전성 확보에 활용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자금 역시 위험회피를 우선하면서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도 위축되고 있다.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발목이 잡히면서 경기회복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돈 푸는 중앙은행들=지난달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다시 한번 돈 풀기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6월8일과 7월5일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ECB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1.0%에서 0.75%로 인하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경기부양을 위해 500억파운드(88조원)을 추가로 시장에 투입하는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BOE의 양적완화 규모는 종전 3,250억파운드에서 3,750억파운드로 늘어났다. FRB는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6,000억달러 규모의 3차 양적완화(QE3)를 오는 9월 FOMC가 발표할 것이라는 게 월가의 관측이다.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 중앙은행들의 자산은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불어났다. FRB의 경우 금융위기 전 8,500억달러였던 자산이 두 차례의 양적완화를 거쳐 2조3,500억달러로 불어났다. ECB의 자산도 1조4,000억달러에 달하며 일본 중앙은행(BOJ)의 자산은 8,000억달러에 이른다. 각국 중앙은행의 총자산은 전세계 경제의 30%에 해당하는 18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돌지 않는 돈=이처럼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곳으로는 흘러가지 않는다. 반대로 은행들은 위험대출을 줄이는 데 급급하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독일 은행들의 해외대출은 1월 이후 5개월 만에 20% 이상 감소해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특히 이탈리아에 대한 대출은 25%나 줄었다.



미국 은행들도 지난해부터 유럽에 대한 대출을 극도로 줄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초저금리ㆍ양적완화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도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가계는 주택 버블붕괴 이후 소비를 줄여 빚을 갚고 있다. 2006년 -4%였던 미국의 저축률은 4%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오히려 저금리로 퇴직자들의 금융소득이 감소해 소비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기업들도 2조달러가 넘는 현금을 확보했지만 새로운 투자 대신 불확실성에 대비해 더 많은 현금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완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층 까다로워진 은행들의 대출조건은 돈이 돌지 않는 또 다른 요인이다. 6월5일 현재 미국 가계와 기업의 총대출은 7조1,000억달러로 여전히 2008년 수준에 못 미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6월 "전통적ㆍ비전통적 통화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중앙은행들의 조치는 시간을 벌어줬을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산업 위기의 씨앗 그대로=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탐욕으로 위기를 초래했던 금융산업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고 있지만 금융기업들의 일탈행위는 여전하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세계 금융거래의 기준인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영국 정부의 조사에서 바클레이스 외에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스위스의 UBS가 이 스캔들에 관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미국의 JP모건체이스 은행은 과도한 파생상품투자로 58억달러의 손실을 봐 투자자들과 금융당국에 충격을 줬다. 이밖에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의 돈세탁, 노무라의 내부자정보거래 사건 등 은행들의 부도덕한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자기자본 매매 등을 통제하는 볼커룰 등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강화만으로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현상과 은행들의 모럴해저드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샌디 웨일 전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납세자들의 리스크를 없애고 예금이 위험해지지 않으려면 대형은행에서 투자은행(IB)을 떼어내야 한다"며 대형은행들을 쪼개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1998년 보험ㆍ증권업을 하는 트래블러스그룹과 씨티은행 간 합병을 성사시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묶는 공룡은행의 모델을 선보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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