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후 1시45분께 김 상사는 송 모 훈련병과 함께 육군훈련소 수류탄 교육장 투척호에 들어섰다. 송 훈련병은 김 상사가 건넨 수류탄을 조심스럽게 손에 쥐었다. 안전핀을 뽑고 통제 구령에 따라 수류탄을 투척했으나 앞으로 던졌다고 생각한 수류탄은 김 상사가 서 있는 투척호에 떨어졌다.
안전핀이 제거된 수류탄이 폭발하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4∼5초. 송 훈련병은 실수도 모른 채 전방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 상사는 ‘호안에 수류탄’을 외침과 동시에 송 훈련병을 투척호 밖으로 던지듯 끌어내고 자신도 투척호의 분리벽을 뛰어넘은 뒤 송 훈련병을 감싸 안았다.
불과 1초 뒤 투척호 안에서 굉음과 함께 수류탄이 터졌지만 김 상사와 송 훈련병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2003년 이후 육군에서 훈련병의 실수로 떨어진 수류탄을 처치공(구멍)에 밀어 넣어 인명을 구한 사례는 4건이 있었지만 투척호 내부에서 수류탄이 터지고도 간부와 병사가 다치지 않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상사의 위기 대응이 높게 평가되는 또 다른 이유는 메뉴얼을 충실하게 따랐다는 점. 김 상사는 “‘호 안의 수류탄’을 외치며 대피 동작 수백번씩 반복한 훈련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상사는 신장 177㎝ 체중 85㎏의 건장한 체격이나 180㎝, 75㎏의 송 훈련병을 밀쳐 던지기란 쉽지 않았다. 김 상사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어떻게 그런 힘이 났는지 잘 모르겠다”며 “송 훈련병 역시 위기를 직감하고 몸의 중심을 이동해 둘 다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전부사관 출신으로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6년째 근무 중인 김 상사는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두렵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소대장의 책무는 훈련병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답으로 대신했다. 육군훈련소는 지난달 30일 헌신적이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훈련병을 구한 김 상사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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