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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조연이지만 맡은 일 최선 난 참 행복해

■ 인비저블(데이비드 즈와이그 지음, 민음인 펴냄)

대중 눈에 띄지 않더라도 주어진 분야 끝까지 책임… 인생의 기쁨 느끼는 인물 담아

보상·자기과시 너무 내세우다 불행한 삶 겪은 사례도 제시

시각장애인 통역사인 자끄 살바도르(가운데)씨가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연결(Connect 2020)'' 회의에서 통역하고 있다. 통역사는 눈에 띄는 직업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레드 제플린·롤링 스톤스·비틀스·에릭 클랩튼·반 헤일런 이 다섯 가지 보기 중에서 다른 한 가지는?. '인비저블(원제 Invisibles)'의 저자 데이비드 즈와이그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답은 비틀스다. 비틀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앤디 존스라는 녹음기사와 함께 음악 작업을 했다. 앤디 존스는 이 분야에서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자 기술자였고, 음향 기술에 대한 탁월을 지식을 갖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음악 애호가들은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생각할 때 가수를 떠올린다. 음악에 조예가 있는 이들은 이들의 음반을 제작한 프로듀서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귀를 통해 우리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도록 최고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음향 기술자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저자는 앤디 존스와 같이 고도의 전문 지식과 훈련을 갖추고 조직 내에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외부 세계로부터 공을 인정받기는커녕 무명으로 남는 데 만족하는 이들을 인비저블이라고 정의했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다양한 인비저블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인비저블의 삶의 궤적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이들이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즈와이그는 단순히 관찰자로 머물지 않는다. 저명한 잡지사에서 기사의 사실 관계를 치밀하게 확인하는 일을 하는 검증 전문가(fact checker)로 근무한 적 있는 경험을 살려 치밀하게 인비저블의 특징을 찾아낸다.

인비저블은 크게 3가지 특징을 갖는다. 우선 외부적 보상이나 명성에 큰 관심이 없으며,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데 기쁨을 느낀다. 주연이 아니라 조연으로 남는 것을 즐길 만큼, 일 자체에서 얻는 만족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에 있어서도 지독할 정도로 꼼꼼해 사소한 부분까지 집중해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성공의 결과만을 누리고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책임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막중한 책임을 즐긴다.



애틀랜타 메이너드 H. 잭슨주니어 국제터미널을 설계한 그레샴·스미스 앤드 파트너스의 짐 하딩 대표, 캘빈 클라인의 남성용 향수 에스케이프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향수를 제조한 조향사 애펠, 124층 높이의 상하이타워를 짓고 있는 데니스 푼 수석 구조 공학자, 유엔 최고 동시통역사 중 한명인 줄리아 윌킨스 아리. 모두 저자가 만난 인비저블이다. 이들은 모두 대중들로부터 크게 눈에 띄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인생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저자는 인비저블과 달리 외적 보상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끊임 없이 자시 과시에 열을 올렸던 이들이 일에서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행복하지 못했던 사례들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자기 홍보의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야 진정 행복한 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인비저블의 특징이 후천적으로 학습될 수 있음을 알려주지만, 반드시 인비저블이 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인비저블이 되는 것이나 그런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나를 알아주느냐 아니냐가 우리의 일 또는 자신의 가치를 측정하는 수단이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독자들은 책에서 만나는 인비저블을 통해 성공의 의미를 고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험하기 힘든 이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유엔 동시통역사의 역사, 비공개 회의인 유엔 총회 군축위원회에서 나온 북한의 발언 등을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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