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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미 FTA와 화학산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주요 쟁점의 합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향후 진로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FTA는 세계 자유무역을 이끄는 중요한 물결로, 개별 산업마다 기회와 위협이라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돼야 할 과제이다. 이는 화학산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화학산업은 지난 2005년 기준 수출 253억달러, 수입 202억달러로 51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주 교역국은 중국과 일본이며 미국과의 교역규모는 57억달러로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다. 이중 한국의 수출은 14억달러, 미국에서의 수입은 44억달러로 30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FTA가 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려면 교역품목의 경쟁관계와 수요기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국의 화학제품 교역은 전체적으로 보완ㆍ분업 관계에 있어 상품무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며 수요 측면에서는 내수기반을 다소 성장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표적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의 한미간 경쟁이 양국 시장이 아닌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일반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양국의 기술이나 원가 경쟁력의 격차가 크지 않아 톤당 100달러에 가까운 물류비를 극복하면서 교류할 수 있는 품목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한미간 관세철폐는 일부 자국의 공급부족으로 보완되는 기초ㆍ중간원료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품목에서 수출과 수입이 소폭 증가되는 영향에 머물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고기능 플라스틱의 경우 미국산 수입품의 내수시장 잠식이 우려된다. 반면 석유화학산업의 수요산업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해볼 수 있다. 우선은 한국이 경쟁우위에 있는 플라스틱가공품ㆍ섬유ㆍ잡화에서, 중기적으로는 전자 및 자동차 산업에서 대미 수출증대 효과가 나타나 내수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무역구제 제도나 섬유제품의 원산지 문제, 전자제품에 대한 미국의 낮은 관세율 등으로 인해 대미 수출이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우리가 경쟁우위에 있는 산업에서는 경제통합을 통해 시장확대라는 효과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술집약적인 정밀화학산업은 한미간 기술 경쟁력 격차가 커 양국의 경쟁관계보다는 분업관계에 있어 관세철폐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정밀화학산업 중에서도 정보전자 소재 등 첨단 소재는 일본산, 저부가가치 가공품은 중국산 수입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비중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철폐는 수입품에서 미국 비중이 다소 상승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밀화학의 원천기술 능력이 뛰어난 미국과의 경제통합이 장기적으로 국내 정밀화학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더욱 위축시키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한미 FTA는 미국 화학산업의 첨단 소재기술 습득기회 확대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근래 국내 화학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정보전자소재 부문에서 그 가능성이 더욱 높다. 한국은 정보전자소재의 수요산업인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정보통신기기 부문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해당 산업에서 흡수할 수 있는 수요 규모도 상당히 큰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소재 부문의 뛰어난 원천기술에도 불구하고 정보전자 소재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빠른 시장선점에 밀려 사업성장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 자유화 협정이 포함된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투자환경 개선과 기술교류의 안전성 증대, 소재 및 부품의 국가간 거래비용 감소 등을 통해 미국의 투자유치 및 기술협력 가능성은 보다 높아진다. 향후 정부 및 업계의 관련 논의와 연구에서 이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보다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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