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인 기술료 감면과 임금피크제 보전제도가 오히려 대기업을 우대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 업체인 A정밀의 K사장은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허점이 많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심지어 정부는 중소기업으로부터 받은 기술료를 편법적으로 정책 홍보비용에 쓰기까지 한다. 이런 정부의 그릇된 관행에 업계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23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2010년 회계연도 결산검토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중소기업 지원책인 ‘기술료징수감면제도’와 ‘임금피크제 보전수당’은 결과적으로 대기업이 더 많이 지원받고 있었다. 현실을 무시한 정책 때문에 기본역량이 탄탄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제치고 국고를 타간 셈이다. 기술료는 정부 산하 연구소가 개발한 원천기술을 기업이 사용하고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등 7개 부처에 납부하는 비용이다. 지난 2010년 총 2,646억4,100만원을 기업에서 징수했다. 기술료는 중소기업감면제도가 있으나 대기업 또한 기타감면제도를 통해 감면이 가능하다. 기타감면제도는 부처의 재량에 따라 감면액수가 다른데 주로 기술료를 조기 납부하면 혜택을 볼 수 있다. 그 결과 자금력과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는 대기업이 기술료를 빨리 내고 중소기업보다 감면혜택도 많이 봤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대기업은 2,385억8,700만원만 납부했지만 중소기업은 그보다 1,200억원 정도 많은 3,537억6,000만원을 부담한 것. 특히 보건복지부의 경우 중소기업의 납부기술료율(66.4%)이 대기업(36.1%)보다 두 배나 높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중소기업에서 걷은 기술료를 기초기술 발전 등에 써야 한다는 법률을 위반하고 홍보성 사업인 녹색성장이동체험관에 투입했다.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부가 해당 근로자의 임금 50%를 보전해준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기업의 일정 연봉 이하 근로자에게 전부 지원하다 보니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여력이 되지 않는 영세사업장은 아예 혜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지원 사업장도 현대중공업(146명), 우리은행(67명), 국민은행(19명) 등 비교적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에 집중됐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100인 이상 사업장이 전체의 12.1%에 달한다. 대기업은 임금피크제 보전수당의 필요성이 낮다는 증거다. 해법은 대중소기업의 현실을 파악한 지원이다. 기술료는 부처별로 다른 감면료율을 하나로 통합하고 중소기업<대기업<외국 기업 순으로 차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외국 기업은 국내 기업과 동일하게 감면을 받아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한 기술개발 성과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비판이 높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역시 사업장 규모에 따라 예산을 지원해야 재정투입의 효과를 높이고 중소기업의 근로여건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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