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합작 영화 '이별계약'이 지난 4월12일 중국 개봉 이후 역대 양국 합작 영화 중 최고 흥행 수입을 올렸다. 중국 최대 국영배급사(CFG)는 2015년께 개봉 예정인 영화 '권법'에도 제작비(226억원)의 30%를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의 한국 영화 투자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대륙 영화 시장이 충무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탄탄한 자본력과 검증된 기획력이 한몫한 결과다. 두 영화를 기획한 CJ E&M은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대륙 시장을 노크했다. 투자ㆍ제작, 배급, 상영 등을 한 회사에서 이끌며 회사 체격을 키워나가고 산업화ㆍ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해나가는 CJ E&M의 전략이 중국 메이저 배급사 CFG의 관심을 얻는 데 주효했던 것.
그러나 영화 시장에서 투자ㆍ제작, 배급, 상영 등 여러 사업을 한 회사에서 이끄는 '수직계열화' 전략이 독과점 우려로 뭇매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의 일환으로 단일 사업자의 영화 배급업 및 상영업 겸영을 금지하는 등을 골자로 한 법안 발의가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직계열화를 무조건 제한하는 법안은 외려 산업화에 들어선 영화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대기업 수직계열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종종 인용되는 미국의 파라마운트 판결(1948) 역시 사실상 폐기됐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에 그대로 옮겨와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ㆍ배급과 상영을 분리케 한 파라마운트 판결의 경우 제작 편수 감소와 티켓 가격 상승 등 여러 부작용으로 현재 미국에서 사실상 폐기됐다.
투자배급사 NEW(뉴)의 장경익 영화사업부문 대표는 "수직계열화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우리나라 상황이나 영화 산업 특성상 비현실적인 만큼 수직계열화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국내 영화 시장의 경쟁 제한적 환경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영화업계에서는 '상생'을 통해 영화 산업 전반을 아우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강력한 규제로 성장동력을 잃기 전에 스스로 수직계열화를 통한 산업화 및 양적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영화 산업의 질적 성장과 다양성 제고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발표된 CJ CGV의 한국 영화 수익분배비율(부율) 조정이 대표적이다. CGV는 오는 7월1일부터 서울 지역 자사 상영관의 한국 영화 부율을 기존 극장과 배급사 50대50에서 45대55로 조정하기로 협의했다. CGV 내 예술영화 전용관인 무비꼴라주관의 확대 운영, 신인 영화감독 발굴 프로그램인 '버터플라이 프로젝트' 등도 그 일환이다.
김보연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정책부장은 "글로벌화 흐름에 맞춰 해외 거대 콘텐츠 기업과 맞서려면 국내 기업 규모가 커져야 하고 이 같은 환경을 위해 수직계열화라는 기업 전략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며 "수직계열화로 인해 불공정 거래가 빚어질 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규제를 통해서 제어하기보다는 업계 스스로의 실천 의지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