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소비자물가가 0.52% 오르는 데 그치며 3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이마저 올해 들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 효과(0.58%)를 제외하면 0.06%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시대가 열린 것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라며 곧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며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5% 올랐다. 이는 1999년 7월의 0.3% 이후 15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상승률보다 더 큰 문제는 저물가 기조가 고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10월의 0.9% 이후 13개월 연속 1%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0.8%로 0%대로 내려앉은 뒤 3개월 연속 0%를 기록했다.
저물가 지속은 내수부진과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2월 석유류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4.3% 급락했다. 전달에 대비해서도 5.3% 하락했다.
저물가 고착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국제유가 하락 등 외부 공급 요인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내수경기가 살아나면 수요 요인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물가 요인에 대해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도 있지만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좀 더 복합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공급 요인으로 저물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정부 진단과 달리 수요 요인으로 넘어가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세종=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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