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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익점·우장춘에게 배우자


많은 사람들이 종자는 희망이라고 말한다. 시판되는 종자의 홍보물이나 포장지에는 씨앗의 모습 대신 열매의 사진을 보여줌으로써 농부는 수확할 열매를 꿈꾸며 씨앗을 땅에 심는다. 최근 종자산업의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에서도 다양한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시장 규모의 정체, 다국적기업과의 경쟁, 종자기업의 영세성 등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신품종 개발 기초체력 다져야 그렇다면 우리나라 종자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비책은 무엇인가.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살피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려 말 몽고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우리 의복생활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문익점 선생과 해방 후 우리나라 채소종자 발전의 근간을 이룬 우장춘 박사를 회고하면서 앞으로 우리 종자산업의 발전을 위해 '문익점의 실용정신'에서 '우장춘의 창조정신'으로 승화ㆍ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문익점이 존경 받는 이유는 붓두껍 속에 넣어온 목화 씨앗 재배에 성공해 우리 민족에게 천연섬유인 목면을 보급, 삶의 질을 높여줬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보면 문익점이 유학했던 당시의 원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없었으므로 목화씨를 몰래 숨겨온 것은 재산권과는 관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원나라에서 목화씨의 국외반출을 엄격히 제한한 것으로 볼 때 현재와 다름없이 예전부터 유전자원이 얼마나 중요하게 관리돼왔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육종의 기본 소재인 유전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확보된 자원의 철저한 특성평가와 활용을 통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는 기초체력을 더욱 다져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새로운 품종육성에 대해 그동안 유전자원을 유지ㆍ보관해온 개발도상국들이 큰 기여를 했으므로 부가가치를 공유(benefit-sharing)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우장춘 박사는 농업의 창조활동인 육종에 한 획을 그은 분이다.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과학자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씨앗 가격이 금값의 10배에 달하는 대형 겹꽃 피튜니아를 개발했고 유채를 통해 '종의 합성이론'을 완벽하게 증명한 세계적 과학자다. 우 박사는 해방 후 우리나라 채소 육종연구가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 배추ㆍ감자 등의 품종육성 연구에 몰두해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배추를 개발, 국내자급을 가능하게 했고 무균 씨감자 생산으로 6ㆍ25 전쟁 이후 식량난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우리나라 육종학도와 종묘기술자를 양성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오늘날 일부 채소작물의 육종연구가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뒷받침이 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 신품종보호제도를 도입해 새로운 품종을 육성한 사람에게 품종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부여해 창조의 가치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품종 개발 촉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태풍 곤파스가 대한민국 허리를 관통하면서 풍년의 꿈이 흔들렸다. 채소와 과일값이 폭등하고 배추파동으로 정부에 많은 질책이 있었지만 온 국민이 농업과 종자의 중요성을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됐다. 품종개발·수출시장 개척 필요 종자는 '생명체'라는 특성상 다루기 까다로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산업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새 품종의 육성뿐만 아니라 고품질 종자 생산, 가공기술 개발과 수출시장 개척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모두가 문익점의 실용과 우장춘의 창조정신, 어려움 앞에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 어디서든 배우려고 하는 자세, 백성들의 어려움을 허투루 봐 넘기지 않는 바른 지도자의 모습까지 모두 배웠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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