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했던 미국 민주당의 최근 에너지 ‘변심’이 관심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드릴, 베이비 드릴(화석연료 확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에 향후 10년간 최대 2000개의 신규 유정(油井) 건설을 허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민주당) 역시 지난달 ‘신뢰할 만한’ 발전원이라며 천연가스를 치켜세웠다. 불과 2년 전 지구온난화 가속을 이유로 가스레인지 퇴출을 발표했던 입장에서 180도로 선회한 것이다. 이들은 갈수록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려면 석탄·석유든, 태양광·풍력이든, 원전이든 가리지 않고 동원하는 ‘올 오브 더 어보브(All of the above)’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너지 비용이 이끄는 생활비 부담이 화두가 되자 (민주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흥행시킨 에너지 구호를 다시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총동원령’은 화석연료에 치우쳐 재생에너지 사업을 대거 폐지했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높였다는 논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다. 그렇다고 정치 구호로 치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실제로 미국 전역의 전기요금은 지난해 9월 현재 1년 전 대비 5.1% 상승했다. 같은 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2.7%)의 2배에 가깝다. 전기요금은 관세와 더불어 생활비 부담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실 ‘올 오브 더 어보브’라는 말을 처음 쓴 것도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 정치인이다. 벤저민 길먼 하원 의원이 2000년 의회 연설에서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정권에 “모든 에너지를 포함하는” 정책을 요구했던 것이다. 에너지 비용 급등이라는 당면한 현실 앞에서 정파적 견해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를 수렴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에서도 일종의 ‘에너지 중도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공격적으로 확대해온 유럽은 내연차 금지를 철회하는 등 과속 탈탄소에 브레이크를 걸었고 세계 1위 재생에너지국 중국은 석탄과 원전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도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모두 쓰는 전략을 택했다.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 확대를 맞아 에너지 ‘영끌’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에서다.
이를 두고 기후변화 대응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단적으로 이상 고온이 심해질수록 냉방에 드는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 정부가 시작한 ‘에너지믹스’ 논의도 에너지 중도주의에 밑바탕을 둘 필요가 있다. 마침 정부도 탈원전 논란에 문재인 정부 5년을 허비했다며 과학에 기초해 에너지 정책을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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