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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그 여자네 집' 작가 김정수씨

"우리 이둣들 사람냄새 담았어요"작가 김정수(53)를 보면 따뜻한 밥상이 떠오른다. 본인이 이런 표현을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보고 있노라면 모락모락 김이 나는, 거기에 소담스런 반찬이 정갈히 담긴, 그러면서도 화학조미료를 사용치 않아 질리지 않는 그런 밥상이 생각난다. 그가 1년6개월 만에 극본을 맡은 MBC 주말극 '그 여자네 집(극본 김정수ㆍ연출 박종)'을 보고 있을 때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 사이로 모락모락 김이 나는 작가 김정수가 보이곤 한다. "한명의 등장인물도 버리는 법이 없으시죠. 보세요, 작품 내에 어디 악한이 있던가요 다들 평범한 이웃들입니다" 주인공 태주역의 차인표가 그를 설명하며 덧붙인 말이다. 공사장 감독인 자신의 직업을 설명하고 넘어가는 작품의 진행 방향과 별 관계 없는 씬에서 조차 술취한 인부를 고층 작업이 위험하다며 제했다가 일당을 줘야 한다는 말에 저층 작업으로 옮기는 설정이 쓰인다고 했다. 섬세함과 따뜻함이 절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를 통해 구름속 왕자였던 그를 지상에 무사히 안착시켜 주었던 이도 다름아닌 김정수였던가. "생각의 씨앗을 뿌리고 싶어요. 시청자들이 제 드라마속 대사 한 마디로 인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게 제 가장 큰 행복이겠죠"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 갈등하다 딸의 앞날을 생각한 아버지의 강권에 의해 결혼에 이르는 두 남녀, 누구의 딸이 더 잘될까 은근히 시기하는 시누-올케, 고아로 자라 부잣집 딸과 사랑에 빠지는 평범한 AS맨, 어린시절 가스중독으로 약간은 어눌해져 버린 누이, 두 가정에 불어닥친 할머니의 치매. 김정수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싹이 트길 바라는 생각들이 대충 이러하다. "어떻게 그리 필요한 말들만 속 깊게 골라내는지 몰라요. 생각해 보면 그 때 어린 나이였는데. 외려 나이 먹은 내가 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돼곤 했지" 탤런트 김혜자가 김작가가 집필했던 12년간의 전원일기에 대해 이야기하다 들려준 말이다.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시골 3대의 삶을 진솔하면서도 무리없게 그려내는 모양이 놀라왔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대단도 하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건강한 드라마를 그리면서 사람냄새 나는 있음직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인기에서도 밀리지 않으니 말이다. (드라마를 시작했으니) 다시 소심증이 도지겠지요. 어느 정도냐구요? 문밖에 나다니는 것도 웬지 죄 짓는 것 같아 꺼리게 되는 정도요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했던가. 글쓴이의 어투속에 주제에서 행간에서 온 몸으로 그 사람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작가 김정수도 그렇다. 어쩌면 그 속내를 숨길 수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도 이에서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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