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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월드컵과 한반도 평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아마도 우리는 그 방향으로 어렵지만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이에 관한 긍정적인 움직임은 최근 부시 행정부 정책에서 감지됐다. 백악관은 북한에 대한 고약한 '천둥ㆍ번개 정책(Thunder and lightning policy)'을 포기하고 평양과 공식적인 대화에 나섰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당초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밝혔던 '악의 축(Axis of evil)'발언과 적잖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Sunshine policy)'에 검은 구름을 드리웠다. 워싱턴 입장에서 봤을 때 북한은 골칫거리다. 주민이 굶주리고 있는 가운데도 북한 당국은 음모적 외교에만 의존하고 있다. 또 되지도 않는 협박성 발언을 남용, 스스로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4년간 북한에 준 햇볕의 대가로 거의 아무것도 받지 못했으며 이제 임기를 얼마 남겨놓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햇볕정책'은 아마도 북한을 조금씩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아 보인다. 북한은 최근 금강산에서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했다. 미미하지만 북한 하늘을 덮고있는 짙은 먹구름 층에 구멍이 난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김 대통령에게 쏟아졌던 대(對)북한 정책이 '일방적 퍼 주기식'이었다는 비난여론도 조금씩 사그라 들고 있다. 또 임기가 다 돼가고 역사적인 한ㆍ일 월드컵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 역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아마도 관심의 초점은 한국과 일본, 또는 한국ㆍ북한ㆍ일본 간의 관계가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수 십 년간 원만한 관계에 있지 못했다. 이는 일본이 한국을 한때 식민지화 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또 최근 발생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등도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자극했다. 일본 역시 북한에 대해 특히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비록 일본 적십자와 북한 당국이 생사확인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북한이 강제 납북한 일본인의 생사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 양국사이 현안이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간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한ㆍ일간은 경제적으로 좀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 같은 일들은 한국이 올해 중국 다음으로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또 최근 양국간 관광객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적어도 양국은 공동으로 개최하는 월드컵에 대해 지금까지 무리 없이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한ㆍ일간의 협력이 월드컵을 계기로 보다 공고해질 경우 이는 지역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급부상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은 한ㆍ일 협력체 구축으로 이 지역 힘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對)동아시아 정책에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은 분명하다. 단순히 공동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월드컵을 계기로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은 지금 이 시점 생각해 볼 만하다. 김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함께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분명 이는 지난 70년대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던 것보다 이뤄지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그러나 두 국가의 수반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이 지역은 평화시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톰 플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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