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냉대'…경총선 '환대'

노사단체 잇단 방문한 임태희 노동부 장관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5일 한국노총과 경영자총협회 등 노사단체를 잇따라 방문하며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이날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은 까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반면 이수영 경총 회장으로부터는 기대 섞인 환대를 받아 대조를 이뤘다.

이날 오전 한국노총을 방문한 임 장관은 장 위원장으로부터 "섭섭하다"는 이야기부터 들어야 했다. 장 위원장은 "노동단체를 먼저 방문하는 것이 예의"라며 임 장관이 취임 직후 단위노조인 서울메트로노조를 첫 방문지로 택한 데 대해 서운함을 토로했다.

장 위원장은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노조말살정책"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직의 사활을 걸 뿐 아니라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일반 대중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임 장관은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는 13년간 제자리뛰기를 해왔다"며 "이제는 한번 앞으로 나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대신 "일방적인 추진은 새로운 갈등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대화와 참여 속에서 논의되는 과정은 존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측은 면담자리 배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 고성이 오가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한국노총이 양측이 마주앉도록 직사각형 탁자를 준비한 데 대해 노동부 관계자가 "협상하자는 게 아니라 인사하는 자리"라며 원탁을 요구하자 한국노총 관계자가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반박하면서 큰소리가 났다.

노총에서의 냉랭한 분위기와 달리 경총에서는 임 장관과 이 회장 간에 덕담이 오가며 훈훈한 모습이 연출됐다.

이 경총 회장은 "(임 장관 취임은) 숨은 보배를 캐낸 것과 같은 일로 큰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총은 전경련이나 상의와 회원이 일부 중복되기는 하지만 어디보다 노사 측면에서 기업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노사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테니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임 장관은 "선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 중요한 세 가지는 건강한 노사문화, 남북관계 진전, 정치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한다"며 "이 가운데 건강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경총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화답했다.